엘프레데 옐리네크는 현존 독일어권역의 작가중의 한 사람이다. 그녀의 작품은 많은 독자와 비평가들의 그의 천재성과 난해함 때문에 평가가 엇갈리는 작가중의 한사람이기도 하다. 이 소설<피나노 처는 여자>의 작가는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음악과 독문학 및 연극학을 전공했으며 그의 이런 경험이 자전적 소설 속에 반영되고 있다. 작가 자신도 이 소설이 자전적 요소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에리카처럼 자신도 피아니스트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았고 이 때문에 어머니를 증오하는 감정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렇게도 원했던 피아노에 대한 집착은 아마도 정신병원에서 일찍 세상을 떠난 그녀의 남편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남편을 잃고 의지할 곳 없던 어머니는 딸 에리카에게 모든 것을 걸고 음악을 통해 그녀가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피아니스트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바램과는 달리 음악원 피아노 선생이 된다. 에리카에게 아버지의 부재는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남성성의 대체 역할을 요구하게 되고 삼십대 중반이 된 에리카에게도 어머니는 '내 아이'로 부르고 어머니 팔루스(남근)로서 어머니의 나르시시즘을 만족시켜준다. 관음주의 성격이 강했던 아버지가 시력을 잃고 실명하게 되는 것도 에리카가 어머니에게 팔루스가 되어주는 역할을 대신하게 한다. 어머니는 딸이 다른 남성들과의 교류나 특별한 만남을 허락하지 않고 이로 인해 에리카는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 다른 사람들에게 새디즘적인 성향을 보이게 된다. 새디즘적인 이런 성향은 그녀의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대하는 그녀의 행동에 잘 드러난다. 이러한 성격에 더하여 어머니의 지나친 간섭은 에리카에게 또한 매조히즘적인 성향도 드러나게 한다. 자기 방에 혼자 있을 때 그녀는 아버지가 쓰던 면도칼로 자해행위를 하게 되는 데 이런 행동은 다분히 매조히즘적인 행위로 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에리카는 어머니에게 처절하게 벗어나려고 하지만 종국에는 어머니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머니에 의해 철저하게 차단된 여성적 역할에서 남성적인 태도를 취해보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그것도 완전하지 못한 거세당한 여성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에리카에게 피아노를 배우는 남자 대학생이 그녀에게 남성으로 다가와 성적 결합을 시도하지만 결코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에리카가 대학생인 클레머에게 매조히즘적인 성적학대를 요구하지만 반면에 따뜻한 애정을 요구하는 이중적이고도 분열적인 양상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어머니에 의해 철저하게 거절당한 여성성의 상실로 인해 어머니를 벗어날 수 없다는 비극적 결말에 이르게 된다. 일반적 견해로 접근해 볼 때 문학이란 교훈적인 요소와 오락적인 요소가 적절하게 조화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독일어권역의 문학은 오락적 대중적인 요소가 결핍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소설 <피아노 치는 여자>도 그런 점에서 극단적인 언어실험과 매조히즘과 새디즘적인 요소의 시도로 인해 독일어권역의 독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의 문학이었을 것이다. 옐리네크는 어쩌면 억압된 여성의 성적 상태에서 벗어나서 남성과 동등한 입장에서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페미니스트적인 메시지의 전달자 역할을 철저히 구현하고자 했었는지도 모른다.

  어렵고 난해한 작품을 읽어가면서 흥미를 느끼기는 어려웠던 점이 많았고 작품의 핵심을 잡아보려고 애를 쓰기도 하였다. 현대 문학의 방향을 다시 한 번 새롭게 설정하려는 작가들의 시도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옐리네크의 실험정신을 높게 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