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읽은 책중의 8할이 일본 소설이다. 그중 이사카 코타로와 미야베 미유키

의 책이 꽤 많다. 그 둘의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만 더 손이 가게하는 힘이

있다. 보통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비슷비슷한 내용이나 패턴의 반복

으로 어느 순간 식상함이 찾아오는데 이들의 책은 그렇지가 않다.

이야기를 이끄는 탁월한 힘과 각각의 책의 주제가 꽤 다양하다. 그리고 장편일지라도

한번 손에 잡으면 결코 다른 책을 넘볼수 없게 만든다.

미미여사는 특유의 사회추리소설이라 비슷한 패턴이 반복됨에도 치밀한 구성과

장편의 달리는 호흡이 일정해서 자꾸 찾게 되는데 이사카 코타로는 소재도 다양하게

주인공들도 개성넘치는 인물들이 많다. 대개 그의 책에는 유쾌하고 단순명료하면서

사회에 약간 삐딱한 시선을 던지는 이들이 많았는데 지난번 사신 치바와 골든 슬럼버

의 아오야기 마사하루는 지금껏 그의 주인공들중 가장 이색적이다.(아직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하루아침에 총리 암살범으로 몰린 아오야기 마사하루. 그의 최근 몇년의 삶은 누군가

아니 어떤 거대한 조직에 의해 조작되고 편집되어 짜맞춰진 각본의 구성처럼 군데군데

총리 암살범의 일상으로 맞춰줬다.

아무리 막아보려,증명해보려하지만 그럴수록 그의 곁에 있는 이들만 죽어갈 뿐이다.

520페이지가 넘는 막대한 양의 책이지만 이미 우리사회가 이런 감시와 통제 미디어

를 이용한 폭력과 허상을 겪고 있어서인지 빠르게 읽혔다.

평범한 우리들중 어느 누구라도 그들은 맘만 먹으면 테러리스트로 살인범으로 국가

내란범으로 몰수 있다. 보여지는 것만 믿으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신이 보는 세계

가 전부인양 믿어버리지만 그 이면의 세계에서 어떤 추악함이 펼쳐지고 있는지는

모른다. 이책이 그런 국가와 미디어 세계에 대한 비판적인 소설인듯하지만 결국은

그런 현실에 처한 개인이 어떤 행동을 보여야 하는지를 더 강조했다.

그래서 아오야기 마사하루의 끝없는 런어웨이의 종지부를 보여주었지만 그 일을

일으킨 이들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그 증거다.

결국 거대한 음모와 권력에 맞서 끝까지 살아남은 아오야기 비록 자신의 삶과 모습을

송두리째 버려야했지만 그는 우리들로부터 "참 잘했어요" 칭찬도장을 받기에 충분한

용기와 인내와 힘을 보여주었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게 이런거 아닐까? 부당한 권력에 잘못된 제도에 그저 길들여지고

순응하지말고 아오야기처럼 끝까지 발버둥치며 저항하라고 그러면 그들도 언젠간

균열의 혼란을 보일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