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파 추리소설의 계승자로 불리는 미미여사의 또다른 사회문제제기 소설이다.

지난번 화차에서 현대인의 신용카드 남용과 금융당국의 덫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번 '이유' 라는 책은 부동산경제의 허황된 거품신화를 낱낱히 파헤치면서

아라카와구 일가족 4인 살해 사건과 연관된 많은 인물들과 그들의 가족을 르포형식

과 소설의 형태를 적절히 버무려 쓴 방대한 소설이다.

초반 이책을 읽을때는 사건의 핵심을 에둘러 나가면서 사건과 그리 연관이 없는

듯한 인물들의 가정사나 그들의 성격,문제점을 인터뷰 형식으로 써나가서 상당히

속도가 더뎠다. 하지만 하나 둘씩 아라카와 구 일가족 4인과 연관된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을 통해 밝혀지는 현대 일본 사회의 빛과 어둠,그리고 가족의 의미등이 상당히

치밀하고 섬세하게 묘사되면서 660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초고층 아파트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를 통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상징화시키면서

철저히 이해관계에 의한 가족의 의미를 보여주는 고이토 가족, 누이,딸의 잘못된 선택과

그로인한 살인의 결과를 가족의 힘으로 극복해준 다카라이 가족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그리고 소외된 가장의 아픔과 아버지의 자리를 지키고자 했던 이시다 와

삶의 모든 문제에서 회피하고자 했던 남자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 역할을

하기위해 살인을 택한 야시로 유지 그들이 가고자 했던 곳은 같았지만 결과는 너무도

달랐다. 가족이란 멍에를 결코 쓰고 싶지 않았던 유지는 피도 섞이지않은 생판 남과

가족이 되었고 그들이 어느 순간 자신의 어깨에  또다른 가족의 이름으로 들러붙자

떼어내려 했다. 그결과로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는데 과연 야시로 유지는 이시다에게

목돈을 받게 되면 자신의 아들 유스케와 함께 할 수 있었을까?

가족이란 존재는 때론 서로의 발목을 잡는 굴레가 되기도 하고 때론 힘겨운 몸을 뉘일

작은 어깨가 되주기도 한다. 좋을 때보다도 나쁠때 가족의 진가는 더욱 발휘되는 것이

보통의 가족이다. 하지만 가족이라도 서로의 이해관계에 얽혀 묶여진 가족은 힘든시기에

와르르 무너지고 마는 빈껍데기인 경우가 많다.

이 책을 통해 부질없는 물질의 욕망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