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눈을 뜨고 어깨를 씰룩거리면서 씩씩거리는 아이의 표정만 봐도

이 아이가 얼마나 화났는지 알겠다.

'이런 표정이야 우리 딸래미도 자주 짓는 표정인데' 하며 나도 모르고 웃음이 난다.

무엇 때문에 화났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책을 읽기 전 딸래미에게 "이 아이가 왜 화났을까?"하고 물으니

"동생이 머리 잡아당긴거 아냐?" 한다.

동생에게 머리를 뜯긴 것이 얼마나 억울했으면 책 주인공에게 자기 감정을 이입시키냐..

그래도 우리 딸래미 동생에게 손찌검 한번 하지 않고

엄마가 머리 풀어줄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다.

 

"오늘 형이랑 싸웠다"로 시작하는 장면에서

형이 동생 막 때린다.. 형이 나쁜 것 같은데.. 했더니..

"이 아이가 형 학습지에 낙서를 막 해서 그렇지.." 한다.

나는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아이가 보고 형의 마음을 이해한다.

남일 같지 않은건가..

주인공 남자아이는 엄마에게 야단 맞아 분한 마음에 집을 나가버릴 생각을 한다.

깜짝 놀라 밤새 찾아다닐 모습에 고소해 하기도 하지만..

금새 자신의 처지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어디로 갈까? 배가 고프면? 추워지면? 병이라도 들면?

그러다가 가족과의 행복한 순간을 떠올린다.

그래도 가족과 좋은 때가 더 많았어..

결국..

좋아~ 한번만 봐 준다. 나도 조금은 잘못했으니까.. 형아~ 놀자~

아이의 실감나는 표정과 아이가 마음대로 써 놓은 듯한 삐뚤빼뚤한 글씨들이 웃음을 짓게한다.

 

딸래미에게 "엄마가 혼내고 소파(반성용 유아 소파)에 앉아 있으라고 하면 무슨 생각이 드니?"라고 물었더니..

"엄마 바보~ 멍청이~" 하지..

헉!!

"그럼 왜 그런 말을 엄마한테는 안해?"

"엄마한테 더 혼날까봐 그러지.."

헉!!

6살 꼬맹이.. 속에 능구렁이를 품고 있었구나..

다행이다.. 엄마한테 쏴 붙이지 않아서..

그랬다면 분명 우리는 전쟁을 치를테지..

우리의 평온한 나날들은 우리 딸래미가 지키고 있었구나..

나만 참는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