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전 작가의 글만 읽고도 뭉클해졌다. 
재미교포 2세인 린다 수 박 작가는 서구 문학의 전통에 집중 되었던 탓에 한국말을 배우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갖고 한국에 대해 많은 걸 들려줄 능력이 없다는 걸 알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글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덕분에 고려를 배경으로 하는 청자에 대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책이 2002년 뉴베리상을 수상하였다는 것이다. 
뉴베리상은 미국 내 훌륭한 작품의 글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이로 인해 한국의 문화, 역사, 전통이 실린 이 책을 전 세계 어린이들이 읽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사실 한국 역사, 전통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못하고 살고 있다. 
역사 의식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태어나고 워낙에 한국이 몸에 베이게 살아온 탓에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슴에 되새기고 살아야 하는지 그 가치를 모르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금파리는 사기그릇의 깨어진 조각을 말한다. 
제목과 책 표지만 보아도 고려 상감청자에 대한 이야기겠구나 싶다. 
목이는 고아이다. 돌이 지날 무렵부터 두루미 아저씨와 다리 밑에서 산다. 
훔치고 구걸하는 것은 사람을 개나 다름없이 만든다고 배운다. 
다리는 절고 행색은 초라하지만 목이를 사람처럼 키우는 사람이다. 
목이는 민영감의 도자기 만드는 것을 지켜만 보다 민영감 밑에서 일을 배우게 된다. 
물레를 돌려 도자기 만드는 것을 배우고 싶지만 
나무를 하고 진흙을 퍼오고 흙을 고르는 등 도자기 만드는 기본을 익힌다. 
그러던 중 왕실감도관이 줄포에 오고 
새로운 기술인 상감을 성공하면 송도로 가져오라고 한다. 
민영감은 이미 늙었기 때문에 송도로 도자기를 가져가는 것은 목이의 몫이다. 
송도로 가던 중 낙화암에서 강도를 만나 도자기 두 개는 깨지고 만다. 
목이는 깨진 사금파리 하나를 품고 송도로 가 왕실 감도관에게 전한다. 
사금파리만으로도 민영감의 솜씨를 알아본 감도관은 주문을 하게 되고 목이는 줄포로 돌아온다. 
하지만 목이를 기다리고 있어야 할 두루미 아저씨는 사고로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목이를 민영감은 후계자로 받아들인다.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깔끔하지만 읽는 사람을 집중하게 만든다. 
담백한 기분으로 목이의 마음에 이입되도록 만든다. 
어린 나이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랜 시간, 고된 일도 참고 견딘다. 
우리 전통을 이어온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의 전통을 절반도 알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잠깐 도자기 만드는 것을 취미로 배워본 적이 있다. 
기계 가마에 잘 섞인 흙을 주물러 다 만들어진 유약을 바르는데도 도자기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조금만 손을 잘못 움직여도 휘어지고 구부러지는 통에 참고 견뎌야 하는 시간이 많았다. 
흙이 마른 상태에서 모양을 팔때는 조금만 손에 힘을 줘버려도 뭉개져 버려서 마음을 가다듬어야 하는 순간이 많았다. 
그리고 그렇게 실수를 했을 때 억장이 무너지는 순간을 자주 경험해야 했다.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순간을 견뎌내고 만들어낸 상감청자.. 
누가 그 멋을 한마디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소재가 된 <청자 상감 구름 학 무늬 매병>은 만든이가 누군지 알려지지 않았다. 
작가는 이 청자에 목이의 사연을 넣어 청자의 아름다움을 더욱 간절하고 절절하게 만들었다.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