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다닐 때 작심하고 졸업까지 책 500권을 읽겠다고 거창한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당시는 하루하루 꿈만 주우며 살아도 먹고 살던 젊은 시절이었기 때문에 500권이라는 벽이 조금 무리하면 되겠다 싶을 정도로 나름 할만해 보였던 건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목표치에 달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당시 이 목표를 위해 읽었던 400권 남짓의 책들이 지금까지 날 먹여살려온 부분이 있기 때문에 나는 저자가 말하는 독서의 힘을 믿는 편이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저자와 내 의견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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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000권이라는 제목을 읽었을 때도 놀랐지만, 내용에서 더 놀라웠던 것은 저자가 책 3,000권을 살아있는 지식으로 만들기 위하여 다큐멘터리 3,000편을 섭렵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적어도 3,000개 이상의 또 다른 세상을, 저자는 누렸다는 것인데, 500권에 도전했다가 정말 부지런히 읽었어도 그 숫자에는 도달할 수 없었던 나한테는 그 규모가 가히 짐작이 안될 지경으로, 이는 몹시 괄목할 만 일이다. 그런데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부분이 더 놀라웠다. 제목이야 책 3,000권 쪽에 맞추어져 있지만 이 책에서 더 주목해서 보아야 할 것은 그 3,000권의 책을 현실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저자의 집념에 있다 그건 이 책이 조금 더 차별화된 부분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를 저자는 <크로스 체킹>이라는 단어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책으로 접한 지식을 보다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편협한 사고에 젖지 않도록 치열한 검증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다른 매체를 끊임없이 사용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3,000편이 등장한다. 독특한 점은 책의 힘을 인정하고 있지만, 반대로 책의 한계도 직시하고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글이다. 책을 통해 내재하는 지식을 정리하고 정의한 뒤 그 윤곽을 보다 자세하게 더듬어가는 과정을 착실히 밟아가는 모델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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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지식에 갇혀 있다가 어느 순간 내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자각한 뒤 경험이 절실해지고 체득이 간절해진 경험이 있기에 이런 부분에서의 저자의 풀이과정이 꼭 해답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 반가웠다. 이 책을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 이 부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3,000권의 독서에서 머무르지 않고 부지런히 그것들을 현실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게 인상깊다. 지식을 그 자리에서 맴돌도록 놓아두지 않는다. 책은 지식의 틀을 잡을 뿐이고, 경험은 그 틀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므로, 사실 경험으로 틀도 만들고 정교하게 세공할 줄도 안다면 안 읽어도 그래, 어느정도 만족할 만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쿨한 관점이 이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책의 힘을 믿되, 절대적인 것으로 믿지는 말라고 한다. 그로 인한 현실도피식 독서도 피하라고 한다. 사실 이런 독서의 경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때문에 어느 하나 제 것이 되지 못한다. 권수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독서를 해야하는, 그 매력이라는 걸 찾자면, 인생은 짧고 세상은 넓기 때문에 모든 일을 보고 듣고 겪을 수는 없지만 이 방법으로 얼마든지 1차적인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정말 알고 싶고, 겪고 싶은 것을 취사선택하여 실천할 수 있으면 그게 진짜 살아있는 독서요,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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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독서에 대한 통찰력을 열심히 받아 적으며 따라가다 보면, 결국 독서를 통해 가장 만나야 할 것은 나의 본질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어찌되었든 수많은 세계를 머릿속에 쌓고 검증해나가는 과정 자체가 결국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과정이라는 건데, 결국 책이 나에게 감명을 주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안에서 나를 찾고 그 찾은 나를 현실로 끌어오는데 익숙해지다 보면 자신의 삶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지배하며 살아가는 독서가의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는 게 포인트.

 

이 책을 읽고 그 내용처럼 실천적인 독서가로서, 지금 당장 행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자가 주는 오빠같은 가르침을 열심히 실천으로 끌어내야 하는데,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일은 내 마음대로 독서하는 것. 찢든 먹든 그건 중요하지 않으므로. 앞니로 씹든 어금니로 씹든 밥을 먹겠다는 데 방식이 필요하진 않은 것처럼. 그리고 그것을 자꾸 경험하려고 도전하는 것. 그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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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알짜배기는 마지막에 나온다. 구체적인 내용은 스포일러하지 않겠지만, 힌트를 좀 주자면 구슬 서 말이 책 군데군데 흩뜨려져 본연의 색채를 뽐내는 가운데 마지막에 가서 보배로 꿰어진다. 지식을 한참 탐내는 청춘에게도, 어디부터 쌓아야할지 책 앞에 막막한 청춘에게도,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느끼는 허전한 청춘에게도 어떻게 삶과 독서를 연결짓는 기승전결을 찾아야할지, 구체적이고 훌륭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책이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한 번은 권하고 싶은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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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남강의 <적은 내 안에 있다>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청년은 27살에 1년에 책을 1,000권 읽었다고. 근데 이번엔 3,000권이래. 거기다 플러스 다큐 3,000편... 다들 이 무슨 어메이징 피플들이지?

- 난 책을 메모하고 생각하고 하느라 한 줄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긴 편이다. 다독은 글렀으니 저자 말씀대로 씹어 삼켜서 내것이라도 만들어야겠다. 

 

147p. 오늘날 벌어지는 현상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직장인 대부분은 뚜렷한 대안이 없다. 그러나 똑같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비관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간다. 열심히 살다보면 희망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나의 오늘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견디고, 때로는 즐기다 보면 상식적으로 또는 논리적으로 답이 없다 하더라도 결국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가능성을 현실화시킬 노력을 지속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