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단단한 양장커버에 책갈피 끈까지 달려있어요. 꽤나 두꺼운 페이지수로 짜여 있지요. 보통 책을 읽을 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먼저 두께를 보고 왠지 모를 압박을 느끼곤 하는데 이 책은 그런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 애초에 하루에 1페이지씩 1년 동안 볼 수 있도록 의도했기 때문이에요. 각 페이지는 다른 내용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앞 내용을 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어요.

그런데 그 짧은 내용들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줘요. 길고 장황하게 설명하지도 않고, 이것이 답이라고 얘기하지도 않아요. 그저 가볍게 읽고 깊게 생각하게 하지요. 일기는 매일, 다른 내용으로 부담 없이 나에 대해 성찰하며 쓰는 거잖아요. 책머리에 ‘명상일기’라고 되어 있는데 책의 전체 구성이나 내용을 이해하는데 딱 맞은 말인 것 같아요.

내용을 보면 죽음만 아니라 우주, 삶, 감정, 우리 자신 이런 것들의 이치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이에 대해 명상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소걀 린포체 자신의 글뿐만 아니라 다른 성인들의 글도 인용하면서 우리를 삶의 길로 이어지는 명상, 성찰로 이끌고 있지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에 대해 의심을 하지요. 그런데 그것을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요. 사람들 사이에는 의심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자기 문제가 아닌데도 나서서 먼저 의심해 주고, 상대방에게 의심해봐야 한다며 나름대로 따끔한 충고를 하기도 하지요. 요즘 세상이 험해서 그렇다고들 하지만 의심을 해봐야 하는 게 당연한 걸까요? 어쩌면 우리가 의심이라는 것에 중독되어 있는 게 아닐까요? 우리는 왜 의심을 하는 걸까요? 그리고 어떤 경우에 의심이 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의심疑心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떻게 의심해야 할지, 어떻게 의심을 활용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합니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가 그냥 지나쳐 왔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고요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줘요. 짧은 시간이라도 하루에 한 번 명상을 하다보면 점점 크고 깊어가는 ‘나’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