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설마 청소 한번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나는 꼭 필요한 것만 챙겨 놓는다구! 이 책을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어제 밤 제 책상을 보았죠. 오마니나, 놀랄 노자라고 책상 바닥이 보이질 않더라구요. 한켠에 높이 쌓인 책의 산, 먼지먹고 습기먹은 휴지와 종이들, 각종 펜, 사탕껍질...의자 밑에까지 책이 쌓여있더군요. 한번 치우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걸린다는 생각에 차일피일 미뤘는데 안되겠다 싶어서 치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쓰레기들도 많이 나오고 내가 이걸 왜 쌓아두고 있었나, 치우니 깨끗해지네 싶었죠. 그런데 거의 다 치워갈 때쯤, 쓰레기 더미에서 뭔가 쓸만한게 없나 찾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어요. 항상 다 치워놓고 그중에 다시 이면지로 쓸만한 것들, 나오긴 하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던 펜들. 더러워진 지우개 들을 다시 차곡차곡 주워담고 있는 제 모습을요. 이것들은 지난번에 청소할때도 아까운데... 안쓸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필요할지도 몰라, 쫌만 더 갖고 있어보자, 하며 청소를 다 마친 책상 한 켠에 고이 모셔두었던 것들이었어요. 그런데 그걸 또...

그래도 쓸고 닦고 물건들을 제 자리에 놓고 하는 동안 점점 제 기분도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다 마쳤을때는 새롭게 시작하는 밝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어요. 뿌듯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죠. 
요즘 버린다는 것, 도전, 용기라는 말을 자꾸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청소를 해보면서, 어쩌면 내가 미적거리는 것도 청소할때 차마 버리지 못했던 어떤 것과 연관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버려야지 버려야지 하면서도 그게 뭐라고 차마 버리지 못하고 꼭 껴안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 책은 도대체 버린다는 것을 어떻게 이야기할까, 무엇을 어떻게 버리는게 잘 버리는 것일까 새삼 궁금해졌죠.

"사람들이 쓸모없는 물건에 집착하는 이유는 버리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버리는 과정에서 부딪치게 될 감정이 두렵고, 나중에 후회하게 될까봐 두렵고, 스스로 나약해지고 상처받게 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잡동사니를 치우려면 많은 기억, 많은 문제들과 마주쳐야 하는데 본능적으로 이를 알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p.73

우리는 때로 뭔가를 버리려할 때 혼란스러운 감정, 두려움과 만나기도 하죠. 그것과 맞닥들이기 싫어 모른척하다보니 감정의 찌꺼기같은 잡동사니가 점점 늘어만가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은 그냥  ’필요없는 건 다 버려라’고 말하지 않아요. 왜 버리지 못하고 있는지, 이제부턴 무엇을 버려야하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진단하도록 도와주는 거죠. 정말 버려야 할 것들을 찾는 법까지 세세하게 가르쳐줘요. 집과 방뿐만 아니라 내 몸과 마음까지 비울 수 있는 기회, 방법을 알려주는 거예요. 단순한 청소, 버리는 얘기가 아니에요. 그 과정을 통해 나를 점검하는 거지요. 벗어버리고 싶은 짐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 같은 책이에요.

이 책을 보다가 전 바로 다시 청소를 시작했어요! 책을 보기 전에도 청소를 했었고 내 방에선 이제 버릴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거죠. 읽으면서 머리속에 버려야 할 잡동사니 리스트가 자꾸 생각나더라구요. 그래서 어제부터 바로 집에가서 쌓아두었던 묵은 책과 프린트들을 버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모조리!싸그리!몽땅!한번에! 다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버리려니 맘이 약해지더라구요. 그래도 한뭉치 짐을 버리고 나니 웬지 속이 시원했어요ㅎㅎ
그리고 내게 필요없는 것들 중에서 다른 친구에게 필요한 책들을 찾아 줄 생각을 하니 신이나기까지 하더라구요ㅎㅎ

이런 책은 특히 답답함에서 벗어나고픈 분들이나 내 방(집) 이대로는 안돼~싶으신 분들, 뭔가 시작하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어서 뭔가를 더 해야한다는 마음보다는 편안하게 ’나는 어떤가’ 하는 포인트만 가지고 읽어도 충분히 좋을 책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