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화려하고 요란스런 글보다는 담담한 듯 가슴을 아리게 하는 글을 좋아한다. 에세이도 그렇고 소설도 그런 편이다. 서미애의 장편소설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이 그러했다. 딸이 살해당하고 3년 뒤, 아내가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자신도 따라 죽으려했지만 그러지 못한 이의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을까? 아마 만들려고 했으면 아빠의 마음을 파고들어 깊은 슬픔에 잠기게 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서미애작가는 그런 노림수를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감정보다 사건으로 이야기를 끌며 감정의 농도를 조절했다.

 

 

  사실 우진의 마음은 끝갈데없이 황량한데 글을 읽는 독자가 뻔히 짐작할 수 있는데 글은 그저 모르는 동네의 뉴스소식을 전하듯 침착하다. 감정을 꾹꾹 누르며 쓴 글, 그래서 더 그 아픔이 잘 전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도 딸이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내게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이 아이들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내가 버틸 수 있을까? 사람을 만나선 밥도 먹고 이야기를 하며 웃으며 시간을 보낼수도 있겠지만 나 혼자 남겨졌을 때도 내가 온전할 수 있을까? 글을 읽으며 딸이 생각나 자꾸 마음이 아팠다.

 

 

 

  작가 역시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을 응원해주던 오빠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아픔을 글로 되살린다는 것이 힘들었지만 자신에게는 오빠와의 이별과정이었다고.... 아마 그래서 과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이 덤덤한 전개속에서도 우진의 아픔이 나에게 다가올 수 있었나보다.

 

 

 

  글은 사실 단순하다. 아내의 장례식 후 발견한 "진범은 따로있다."는 쪽지를 보고 죽을 생각에서 벗어나 진범찾기에 나서지만 쫓고 쫓기는 스펙타클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 위해 벌어지는 두뇌회전도 없다. 그럼에도 한 번 손에 잡으면 쭉 읽힌다. 어느 순간 현실의 내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감 때문이었을테다.

 

 

 

  소중한 가족이 하루아침에사라져버리는 일도 그렇고,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만약 내가 그때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하는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그렇다. 수정과 근무시간을 조정한 기영도 주유소에서 수정을 본 태형도 그날 술자리 때문에 수정을 데리러 가지 못한 우진 또한 그랬다. 만약에 만약에를 되뇌이면서 아파했다. 보통의 우리들처럼

 

 

 

  수정과 아빠가 천문과학관을 찾아다니며 별을 보는 장면이 자꾸 머리 속을 맴돈다. 그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따뜻하고 예쁘다. 별을 보기 위해 아빠와 손을 꼭 잡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순간 유성우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아빠한테 보여주고 싶었어. 저 밤하늘의 별을"

 

 이라고 말하는 딸의 음성이 들리는 그 장면을......

 

 

 

  나도 딸에게 이런 엄마가 되고 싶다. 자신의 버컷리스트를 함께 할 동반자가 되어달라 부탁할 수 있는 사람, 그 순간 옆에서 손을 꼭 잡아줄 수 있는 사람, 그런 딸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 글을 읽는 내내 수정과 우진의 추억이 부러웠다. 수정이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아빠가 있어 가능했구나 싶어서 나도 꼭 우리 딸에게 우진같은 이가 되고 싶다. 어느날 후회하며 사는 삶이 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