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릭 배크만이란 작가에 대한 첫인상이 별로였다.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오베라는 남자>가 나에게는 그닥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매력으로 빠져들지 못해서인지 답답하고 지루했다. 실제로 책을 읽으며 졸아서 책을 끝내는데도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다들 재미있다는데 나만 그런 느낌을 못 받은 것인가 자괴감도 들었지만 읽은 뒤의 마음은 각자의 몫이기에 쿨하게 넘어갔다.

  아마 내 돈 주고 사야하는 책이었다면 읽지 않았을텐데....전 작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기회를 몽실북스 서평단에 뽑히면서 얻었다. <브릿마리 여기 있다>는 진짜 대박이다. <할..미..전>을 아직 읽지 않아서 그곳에서 브릿마리가 어땟는지 몰라서 비교하는 재미는 없지만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니 프레드릭 배크만이란 작가의 저력을 이제서야 발견한 듯 했다. <오베라는 남자>를 내가 잘못 읽은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읽고 확인 작업을 거쳐야할 것 같은 책임감까지 받았다. 그정도로 브릿마리는 눈부셨다.

  처음에는 읽는 동안 화딱지가 났다. 답답하고 짜증이 밀려왔다. 내가 고용보험회사의 직원이었다면 악! 소리를 질러버리고 싶을 정도로 진상 할머니라서 이 할머니를 데리고 어떻게 글을 끌어갈지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웬 걸...나도 모르게 브릿마리에게 감정이입이란 것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왜"라는 나의 질문에 답이 달리면서 자연스럽게 그녀를 이해하고 그녀의 감정을 공유했다.

  죽음에 대한 그녀의 생각이 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귀결되었는지 깨닫는 것은 가슴이 아픈 일이었다. 언니의 죽음과 부모의 냉대, 그 속에서 자신을 알아봐주길 자신을 필요로 해 주질 기다렸을 그 마음이 브릿마리를 병들게 했고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보르그에서의 짦은 시간이 그녀를 치유했다. 60년 가까운 시간동안 버려두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

  글을 읽는 내내 좋았지만 역시나 이 글의 백미는 브릿마리의 마지막 선택이다. 아이들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마지막 장을 넘기는데 찌릿찌릿 행복감이 밀려왔다. (스포는 안되는데....입이 근질거린다.) 이후 그녀의 삶이 궁금하다. 아마도 이후 책에서 다른 인물들 이야기 속에 잠깐 정도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다음 작품이 소도시에 사는 하키선수라고 하니 그것이 영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닐 듯 하다.

  글의 초반에 등장한 브릿마리의 캐릭터가 낯설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아줌마"라는 별칭을 가지고 등장했던 이혼녀들의 모습이 그러했으니 세상과 단절되어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알지 못한 꽉 막힌 무식쟁이....단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그녀의 새로운 사랑과 자아실현에 포커스를 두고 이야기가 진행된 반면 브릿마리는 그녀가 이런 모습을 갖게된 배경을 설명하고 그 상처를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과정 자체를 다룬다. 그 과정이 고용보험센터 아가씨의 말처럼 눈부시다.

  무엇보다 그녀의 변화만 있지 않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녀와 함께 등장하는 이들이 모두 같이 변한다. 소극적이었던 이들이 조금 더 열정이라는 것을 갖게 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그래서 자신과 타인을 모두 이해하게 된다

  우리가 그의 글에 매료되는 까닭이 이것이 아닐까 싶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변해가는 눈부신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브릿마리 여기있다를 읽으면 당신에게도 눈부신 이야기가 찾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