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도 영화도 연극도 보지 않는 나로서는 박정민이라는 배우의 이름이 낯설었다. 나만 낯선 것은 아니었는지 그가 써논 글에도 그가 유명배우임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역시나 처음보는 배우다. 딱히 잘생긴 것도 키가 큰 것도 아닌데 부드러운 호감형의 얼굴이라 오호~ 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배우라서 그가 했던 연기, 함께 했던 배우이야기들이 많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그가 그리 유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거라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스스로 자제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인터뷰를 보니 그는 자신의 사상이나 고민이 드러나는 글은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했다. 앞으로 자신이 연기해야할 인물에 대해 편입견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어려운 시절 자신의 노력에 대한 부분을 피력했을 거라는 나의 예상을 벗어난 그의 글은 <솔직하고 찌질하고 신랄한 서른 살의 남자 사람>이야기였다. <쓸만한 인간>을 읽고나서 인터파크db에서 진행한 인터뷰 글을 읽었는데 인터뷰어가 그리 써났다. 이 문장을 읽는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일단 그의 글은 쉽다. 쑥쑥 읽힌다. 마치 인터넷에서 읽는 소설처럼...쉬운 문장을 사용했고 일상의 일을 다루고 있어 그의 상황이 쉬이 상상되고 공감 또한 잘 이뤄진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가 글을 쓸 줄 아는 이여서 그렇다. 막 쓴 듯 보이지만 자신이 하고자 한 이야기의 범주를 넘어서지 않고 차근차근 이야기하는 것이 보통의 내공은 넘는 듯 하다. 멋부리지 않고 쉽게 쓴 글이 잘 쓴 글이라던데 그의 글이 딱 그렇다. 가볍게 쓴 것 같으면서도 아무 것도 없는 그저 그런 수다는 아니다. 참 묘한 글이다.

  지인에게 책을 소개하며 그랬다. 글을 읽고나면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매력있어 보일 거라고, 생각이 깊어보이거나 멋진 인용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헤쳐나가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노력하는 그가 보이기 때문이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연기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속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그의 연기가 아닌 그 속에서 본인이 발견한 삶의 태도 같은 것들이기에

  그가 뱉어내는 말들이 조금은 거칠어서 고개가 흔들어질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런 부분이 시원스럽다 느끼지는 못했기에 .... 그럼에도 그가 나빠보이지 않는 것은 글 속에서 일관적으로 보여주는 그가 그런 사람이란 느낌...그에 대한 이해가 바탕을 이루고 있어서다. 그러고보면 그는 영악하기까지 하나보다. ^^

  딱딱한 글의 홍수에서 잠시 벗어나 머리를 식히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을 책 한 권이 필요한 이에게 전달하면 기쁘게 읽을 책이다. 믿어라. 진짜 쉽게 잘 읽힌다. 순간 스르륵 책장을 덮게 될 당신을 만나게 될테다. 더불어 배우 박정민의 민낯같은 매력 또한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