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단편보다, 더 처절한 현실을, 더 처절하게 표현한 책이라는 느낌이다.

달려라 아비, 이 단편을 보고, 단편 소설집에 대한 마음이 바뀌었던 때처럼,

김애란 작가의 소설은 호흡이 짧음이 가지는 아쉬움을 느끼지 않게 하는 힘이 있다.

소설은, 사람들의 삶이 더 나아지는 반면, 더 악화된 음지의 삶들에 대한 실체를,

마치 경험한 사람처럼, 생생하게 전해 주어,

읽는 동안 겪지도 않은 현실에 발을 담근 느낌을 지울 수가 없게 만든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슬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세계를 되돌아 보게 한다.

외면하고 싶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만은 않다. 어쩌면,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어서.

하지만, 불편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책을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들이 그 척박한 현실에서 나갈 탈출구를 찾아낼 수 있을까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인 것 같다.

책은, 결말을 쉽게 단정지어 놓지 않았지만,

쓴 사람의 바람대로, 읽는 사람의 바람대로, 그저, 결코, 그렇게 허망하고 처절하게 끝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책을 덮게 되진 않는다.

책을 덮는 순간,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삶을 살아가게 될 거라고 이미 믿고 있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이, 어떻게, 불행 속에서만 살다가 불행으로 삶을 마감할 수 밖에 없는걸까? 라고 생각하며 지금, 살고 싶겠는가?

행운과 불행은 일정 간극을 가지고 엎치락 뒤치락하는 것으로 삶을 살아가게 하는데,

그래서, 불행 속에서도 절대, 살아야 한다는 마음을 먹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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