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집에 그렇게 감흥을 받아 본 적은 많지 않다.

특히, 일본 소설들의, 뭔가 단순하면서도 일상적이고 너무 꾸며지지 않은,

읽기 쉬운 그 문장들의 집합체가 단편으로 엮어진 책들은,

그냥 읽는 동안 편안하고, (아무래도 번역의 문제도 각각 있겠지만), 표현이 복잡하여

곱씹어 보지 않아도 되어서, 그리고, 그 나름대로의 매력을 무시할 수 없어서,

자주 읽는 편이지만... 와.... 할 정도로 큰 감흥을 받은 적은 없다.

그건, 우리 작가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읽다가.. 아쉬운 느낌... 끝이 맺어지는 걸 기대하진 않더라도...

뭔가.. 쑥 빠질만 한 분위기였는데, 어라? 발목까지 밖에 오지 않은 물에 발을 담궈서

낭패를 본 느낌이랄까... 그런 참.. 어쩌면... 글 쓴이에 대한 예의가 아닌 생각들을 해

본적이 많다. 순전히, 내 취향.

그러니까, 절대, 그 단편들이 글로써, 장편들보다 완성도라던가, 표현, 이야기의 이끌어감에

있어 뒤쳐진다고 단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달려라 아비'를 읽고, 단편 소설이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이기 때문에 더 감동적이

었다는 것, 그 느낌을 세게 받고 김애란 작가라는 사람에게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나도 책을 읽는 것 못지 않게, 글 쓰는 걸 (완전 다른 부류기는 하지만) 직업으로 삼았던

사람으로써... 만약에 내가 소설에 도전한다면...에 완전히 기권의 두손 두발을 순간적으로

들게 만들었던, 아... 놀라운 단편들.

그것이 현실을 왜곡하지도 않고 너무 처절하게 잘 표현되어 있음에.. 더욱....

그것들은 너무도 밑바닥까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의 감정들까지 긁어 내어 표현

하고 있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직... 많은 단편을 읽지 않았지만, 단편소설집에 있어서, 지금은 단연, 김애란 작가가,

그리고, 이 단편집에 나에게는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