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언어책이지만 결코 언어만을 위한 책이 아닌 책이 있습니다.
오늘의 서평은,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입니다.
책의 제목은 신비롭지만 결코 쉽지 많은 느낌을 전달해줍니다. 
언어를 학습하는 것이란 부담감이 자리 잡은 탓일까요.
특히나 어렵다고 아성이 높은 라틴어라는 키워드에서 이 책은 왠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감합니다.

어릴 때 누군가 외국어를 배워야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언어를 배우면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할 수 있고, 심지어 그 나라를 이길 수 있다고.
10년이 넘도록 영어를 배우고 있지만 과연 얼마만큼 언어를 잘 쓰고 그 나라에 대해 이해했는지에 대해 묻는다면 자신있게 답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언어란 어떤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거나, 암기의 대상으로 더욱 컸던 것 같습니다.

막상 손에는 들었지만 이러한 것들이 고민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책 앞 부분에 <라틴어 do 동사 활용표>을 보고 '혹시가 역시나 였구나'라는 생각을 잠깐 들게 하였지만
언어만큼이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 그리고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줍니다.

저자인 한동일 교수께서는 공부의 목적에 대해 묻는 대목에서 생각해봅니다.
어려운 라틴어를 배우려는 과정에서 누구나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공부'에 대해 나는 어떻게 대하고 생각하는지,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우려고 하는지 진지하지만 그 내면의 목적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보는 것이죠.

 

공부해서 남 주냐, 좀 더 크고 넓은 차원을 바라보기 위한 것, 남보다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보다 잘하기 위한 것,
지식을 머릿 속에 우겨넣는 것이 아니라 그 속의 과정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공부하는 노동자가 되기 위함이 아닐까?

어려운 것을 배우면서 그 단계를 넘어서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 치열하게 달려가 깊어지고 넓어지는 나를 발견하기 위한 것.
그래서 우린 공부해야하고, 또 라틴어를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라틴어는 많은 언어의 어원이자 문화가 담긴 언어입니다. 단어의 유래를 보면 그 단어가 어떻게 생겼을지 추측해보면서 재미난 역사도 함께 배울 수 있는 점이 큰 매력입니다. 책을 통해 라틴어 하나하나를 해체가 가면서 삶과 죽음 등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돌아보고 이를 썼던 로마시대 이야기까지 엿볼 수 있는건 보너스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 학생들을 생각하는 교수님의 마음이 물씬 느껴집니다. 
책 뒷장에 적혀있는 수강생들의 이야기로도 그 마음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으나 개인의 잠재력과 그 가치에 대해 일깨워주고 늦어도라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부분은 배움과 다른 인생의 힐링을 전달해줍니다.

 

p.181
하늘의 새를 보세요. 그 어떤 비둘기도 참새처럼 날지 않고, 종달새가 부엉이처럼 날지 않아요.
각자 저마다의 비행법과 날갯짓으로 하늘을 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저마다의 걸음걸이가 있고 저마다의 날갯짓이 있어요. 나는 내 길을 가야하고 이 때 중요한 것은 '어제의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아가는 것'입니다.

 

라틴어라는 책 이름에서 지레 겁먹지 않고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짧은 라틴어 하나와 재밌는 역사 이야기를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라틴어는 가까워져 있을지 모릅니다.

미래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닌 오늘의 행복을 살아가는 우리,
조금 더 공부를 통해 내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고민하고,
가끔은 우울한 나를 만날 땐 치유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을에 이 책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Dum vita est, spes est.
툼 비타 에스트, 스페스 에스트.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