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제가 고등학생 일 때 문과, 이과로 나눴고 이과 계열이라면 국사라는 과목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시험 볼 때만 반짝 했을 뿐, 국사라는 과목은 그래서 암기 과목에 더 가까웠습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제껏 제대로 국사를 공부해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로 암기 과목 중에 제대로 된 암기 과목이 되었습니다. 암기에 취약했던 저는 역사는 재미있기보다 어렵고 힘든 것이 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지나 새롭게 이 책을 만났습니다.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 다시 공부하고 외워야 하는 것이라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을 테지만 ‘궁궐’ 이라는 작게 잡은 주제가 이전에 가졌던 부담을 덜 해주었습니다. 그래도 상.하권의 책으로 나눠져 제법 두께가 되는 책은 ‘궁궐’만으로도 얼마나 다양한 얘기가 담겨있을지 부담 반, 기대 반 만들기도 했습니다.

 

삶의 지표는 집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과거의 역사를 보면 집의 형태, 구조를 보면 그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갔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궁궐도 우리 선조들이 살았던 삶의 보고이자 과거를 바라보는 창으로써 궁궐의 중요성을 이 책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과거 학창시절 소풍이나 견학을 위해 종종 유적지나 궁궐을 가게 됩니다. 제대로 무엇을 감상하기보다 정해진 시간에 모든 곳을 다 찍고 돌아오는 게 목표였었습니다. 커서는 달라졌을까, 사실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경복궁 야간개장을 했을 때, 예쁜 경희루에서 어떤 역사적 배경보다는 이쁜 배경에 사진을 마구 찍었던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네요.

 

아는 만큼 보인다. 서울이 다시 보인다. 책을 보면서 느낀 부분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덕수궁이라고 하는 것이 경운궁이라는 이름이 있고 이와 관련된 의견이 부딪히는 부분도 있고, 종각의 경우에도 그 곳이 원래 자기가 아닌 다른 자리에 있었고 현재의 방향 역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종각에서 치는 종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종‘각’은 2층 구조이기에 ‘루’로 불려야 할 점도 그냥 우리가 지나치는 점에서 새롭게 문화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전달해주는 것 같습니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경운궁(덕수궁), 그리고 여러 또 다른 문화재까지 단순히 아름답게만 봤던 궁궐에서 그 내부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궁궐을 복원하는데 단순히 불타 없어진 것에 중건을 위한 목적이 아닌 내부의 힘을 기르고 자금력에서 우위를 가지려고 했던 모습 등 내부 이야기로 풀어놓으니 흥미진진하게 다가옵니다.

 

한편으로는 재미있었지만 마음도 아팠습니다. 임진왜란 시절에 궁궐들이 대부분 불타 재건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경복궁에 조선총독부가 훤하니 차지한 사진을 볼 때 등 곳곳에 있는 일본의 영향 때문에 울분도 쌓이고 슬프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더 역사적으로 제대로 된 관심을 갖고 배우고, 그것에서 교훈을 얻어야겠죠?

 

저에게 훌륭한 책입니다. 궁궐로 하여금 즐거움을 알려주고 그 깊이를 더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창덕궁, 경희궁은 가보지 못했는데 갈 기회를 만들면서 이 책을 읽었던 것을 토대로 같이 가는 사람에게 임시 가이드가 되어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