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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나는 계속 나아갈거야 (I can’t go on. I’ll go on.)

사뮈엘 베케트의 장편소설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의 끝부분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라고 하는데, 죽음을 앞둔 신경외과 의사의 담담하고 의연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문구라고 생각한다.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처음 접할 때는 밝은 느낌을 전해준다. 제목에서 먼저 받은 느낌은 평온한 잔디 밭 위에서 청량한 숨을 쉬는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숨결이 마지막이 되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면 죽음이라는 주제 앞에서 서글픈 마음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죽음에 그렇듯 누구에게나 무서운 감정이 앞세우게 한다. 해보지 못했던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이라서 그럴까 죽음은 그 무엇보다도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두려움을 상상하게 한다. 그것 자체가 마지막이기에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환경에서 죽음을 생각하는 순간, 지금껏 살아 온 것을 완전히 다른 각도로 돌아보는 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36살. 살아온 날이라면 많은 햇수일 수도 일지만 죽음을 생각한다면 너무나도 짧은 나이. 폴 칼라니티는 아프지 않을 것만 같은 의사이면서 시한부 인생을 맞이한 누구보다 아픈 암 환자이다. 인생이 무엇인가, 삶의 주는 의미를 고민하였고 실질적인 인간을 마주하기 위해 의대를 진학한다.

 

세상 누구보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가면서 유수의 명문 대학를 밟아가면서도 늘 인생에 대한 고민은 계속 되었다. 단순히 병을 고치는 의사가 아니었기에 철학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였기에 그가 쓴 이야기를 통해서 의사가 가지는 윤리적인 고뇌와 숙명과 같은 선택에 대해 함께 생각하게 된다.

 

대학을 다니면서 평생을 함께 할 인연도 만나게 된다. 누구에게나 따뜻했고,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이었지만 행운만큼이나 불행도 불현듯 찾아왔다.

 

p. 88 ‘우리는 어느 날 태어났고, 어느 날 죽을거요.’

 

그는 남은 아내를 생각하면서 아이를 낳을지 말지 깊은 고민을 한다. 떠났을 때 홀로 있을 아내를 생각하면 아이에 대한 선택은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에 빠진 그는 아이를 낳자는 선택을 하게 된다.

 

나의 경우라면 글쓴이와는 다른 선택을 했겠지만, 탄생이 있어 죽음이 있고, 반대로 죽음이 있어 탄생이 있는 만큼 마지막 주인공인 폴 칼라니티와 아내, 그의 아이와 셋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굉장히 슬펐지만 언젠가 다가 올 운명, 반복되어 가는 순리에서 이 순간 모두가 소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한동안 멍하니 생각에 빠져 있었다.

 

죽음을 상상해도, 죽음을 체험하는 경험을 해도 죽음이 코 앞에 다가와 있지 않은 이상 죽음은 와닿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기로에서 쓴 글을 통해 죽음에 맞서는 마음이 조금 더 풍요로운 마음을 갖게 된 것도 같다. 잠깐은 멈춰서 뒤돌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하듯, 종착역에 서 있는 나를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얻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