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이라는 작품을 만나기전에..

사실 글을 쓴다는것이 참 쉬운 일인줄 알았다,

 

제법 남들이 글 잘쓴다고도 했고,,,

난 대충 썼는데, 곧잘 그것으로 상도 받곤 했었으니...

 

그런데 태백산맥을 한페이지 한페이지 읽어가며...

얼굴이 빨개졌다.

 

태백산맥속의 해방공간 당시의 혼란과 전라도 민초들의 질척한 삶에 대해

뒤늦게 깨닫게 된 부끄러움이 아닌...

한줄 한줄 써내려간 작가의 엄청난 공력이 내 몸 구석구석을 후비고 지나갔다.

 

한문장도 허투루 쓴 문구가 없고, 모든 문구와 묘사가 결국 어딘가 아귀가 맞는 것이였다.

찰진 남도의 방언은 디테일하게 그 방언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도 굳이 그 방언이

전체적 맥락의 이해를 해치지 않을 정도로 시나브로 이해가 되고 있었다.

 

글을 쓴다는것..

 

그것이 한낱 어설픈 치기와 얄팍한 장기자랑수준이 아닌...

작가의 오랜 공력과 다져진 복근의 묵직한 힘 속에서 뽑아져 나오는

굵은 타령같은 것이라는 깨달음....

 

해방공간 민초들의 삶의 지난함을 알아가며 느꼈던

내가 배웠고 알았던 것에 반하던 사고의 혼란함과 동시에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태백산맥은 꽤 여러번 봤지만...

10권의 장편중에 가장 많이 보고,  여러번 본것은 바로 이 1권 한의 모닥불이다.

 

담배 한대 태우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강렬한 욕구와

그게 고작 담배 한대가 아닌...

모든것을 뒤집을수 있는 거대한 불씨가 될 것을 경계하는 이성사이의 치밀한 혼란을 그린

그 첫 단락은 아직도 그대로 묘사할 정도로 닳고 닳게 읽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