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사물에, 생명을 불어 넣는 빼어난 묘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가 박완서의

일상을 담은 수필집.

 

특히 호미예찬에서 나오는 호미에 대한 묘사는 마치 호미에 생명을 불어 넣는 기분이 든다.

 

시골생활을 하던 작가가, 집앞 마당의 잡초를 제거하거나 몇가지 꽃들을 뿌리고 가꾸는 일에

반드시 필요한 농기구 호미...

 

그러나 마트에서 파는 세련된 빛나는 호미가 아닌, 묵직하고 투박한 무쇠로 만든 옛호미에 대 한  작가의 애정과 믿음은 호미로 상징되는 지난 것에 대한 작가의 추억일 것이다.

 

더불어 나온 다른 작품에서 종로서적에 대한 추억담이 특별하다.

 

전쟁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자신의 친구집안에서 직접 경영했던 그 서점이...

국내 굴지의 서점이 되고, 서점의 대명사처럼 불리워지며..

작가로 성공한 그녀가 여러번 싸인회가 가진 그 장소가...

 

그러나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얼마전 세상을 떠난 작가처럼, 없어진 그 서점을 생각하니 이 수필을 읽으며 마음이 착잡해진다... 나 역시 그 서점을 잘 갔었고, 그 서점에 대한 추억이 작가만큼은 아니더라도 남아 있었는데... 어느날 그 서점의 자리에 자리잡은 어느 이름모를 마트에 울컥 하는 마음이 들었다.

 

작가에 비하면 턱없이 짧게 살아 온 인생이지만...

내 인생을 추억하는 것들이 시간에 묻혀 없어지는 것에 대한 당황스러움과 안타까움은

아마 그래서 작가가 지나간 것에 대한 애착이 묻어 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