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문과 김윤식 교수는, 박완서의 글쓰기는 마치 쌀알을 입으로 꼭꼭 씹어 아이에게 떠 넘겨주는 엄마같다고 했다.

 정말 박완서의 소설을 읽다보면, 단지 작가가 일러준 길을 따라가면 어두운 터널 끝에 빛이 보이듯 그렇게 끝나버리고 만다.

 

 쉽게 읽히는 만큼, 널리 읽혔고.....

그런 작가의 작품들은 여러 출판사를 거쳐 참 많이도 출간되었다.

 

그래서 처음 얼마간 작가의 소설집이 출간되었다고 해서 냉큼 사보면....

새 소설은 한두작품이고 나머지는 이전에 다른 책이 수록된 소설들이 담긴 소설집...

 

작가의 의지는 아닌 출판사의 상술이지만, 뭔가 묘한 배신감이 일었던 기억....

 

그 뒤 그녀의 소설집을 살땐, 수록된 소설이 내가 읽은것인지 아직 읽지 못한것인지 꼼꼼히 체크했는데......

사실 읽지 않은 소설만 있던 책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친절한 복희씨는 달리 무슨 소설이 수록되어 있는지 살펴보지 않고 샀다.

그녀의 마지막 소설집이라는 문구에 끌려, 그냥 사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어떤 소설이 담겨 있나 체크하지 않고 산 소설집의 수록된 소설들은 내가 아직 읽지 못한 작가의 작품들만 있었다.

 

물론 그 이유에는 한동안 작가의 작품을 읽지 않았던 까닭도 있지만...

어쨌든 신기했다.

 

그동안 그렇게 그녀의 소설집을 사려 할때마다 살펴볼땐, 적어도 서너작품 읽은 작품들이 같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그런 생각없이 산 작품엔 처음 내가 읽지 않은 소설들만 있다니.....

 

작가의 오랜 애독자로서...

뭔가 작가가 특별하게 마지막 선물을 준 것 같은 묘한 기분...

 

그게 나만의 착각이지만... 그 착각또한 특별하게 생각할 만큼 작가의 작품들을 좋아했고..

읽었던 것이라......

 

 하지만, 이 책.... 단박에 다 읽지 못하겠다.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소설이 작가의 이름으로 나오지 않는 까닭에...

이 소설은..... 돌아가신 친정어미의 장례를 마치고 온 철부지 딸이 냉장고 정리하다 발견한...

엄마가 담가준 마지막 김치 같은 것 같아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