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나라 영화가 한편쯤은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외국어 부문 영화상을 받아도 되지 않나 싶었다....

 

 때가 지나도 한참 지난것 같은데 사실 그런 수상은 비단 작품만 좋아서가 아니라 이것저것 운대도 맞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동막골이 아카데미 상 수상에 실패했다.

그러고 나는 더 이상 아카데미 상 따위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동막골을 품지 못하는 그 따구 상.....

기껏 그 정도 밖의 사이즈의 상을, 왜 타길 바랬나 싶은 겸연쩍음...

 

동막골보다 잘 만든 영화는 많다.

그런데 동막골처럼 마음을 아릿하게 만든 영화는 첨이다.

 

우리나라의 분단현실을 그린 영화에서 보이는 이분법없이.....

전쟁이라는 것 조차 모르는 동막골을 배경으로....

전쟁때문에 생업대신 군인으로 몰린 남북한의 남자들과....

역시 전쟁때문에 쌩판 모르는 남의 나라로 온 외국인....

 

적으로 만났지만 인간으로 다시 화합하는 동막골이라는 장소가 주는 상징성과 아름다움....

 

반딧불처럼 빛나 오르는 초롱이며......

신나는 얼음썰매타고 내려오는 것 같은 둔덕위의 장면......

 

하지만, 이념과 전쟁도 모두 내버리고....하나가 된 그 곳에서의 행복도...

결국은 이념과 전쟁에 의해 깨져버린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동막골을 피해, 폭탄처럼 비를 맞던 군인들....

 

그 위에 흐르던 음악....

 

선혈이 낭자한 비참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런 반전영화가 아닌...

한편의 뮤직비디오 같은 아름다운 동화같은 영상으로 그려낸 반전영화가...

 

참 오랫동안 날 아릿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