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수선하고, 맘을 다잡고 싶은 기분이 들면 찾는 책들이 있나 모르겠다.

 

나에겐 그런 책이 몇권 있다....

 

작가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최명희의 혼불......

 

둘 다, 맘 잡고 읽기 시작하면 몇번을 읽었대도 그 마지막 장에 다다를때까지 멈출수 없어...

 

이미 수십차례 읽어 책장은 나달나달 해 졌지만... 사실 먼지 하나 묻지 않은 새 책보다..

 

더 빛나게 나의 책장에 꽂혀 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남성적 필치라면 최명희의 혼불은 여성적 필치의 극대점.....

 

일제 강점기 역동적인 사상의 충돌과 인간군상의 모습들을 조정래 특유의 문체와 이 따금 보이는 해학이...재미를 준다면... 혼불은 철저히 내적이다.

 

세밀하다 못해, 편집증이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들 정도의 묘사와 감성 표현은.....

 

세상 모르고 나 글 좀 쓰네 하는 사람들이 읽게 된다면 바로....꼬리 내릴수 밖에 없는..

 

진정한 작가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알게 해준다.

 

사실 혼불의 이야기는 새로울것이 없다.

 

우린 박경리의 토지에서 이미 그 비슷한 이야기를 보았고...

많은 드라마속에서 그 비슷한 이야기를 쉽게 봤었다.

 

좀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들의 이야기인지라...

이야기 자체만 보면 심드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사실 이 소설의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한문장 한문장, 사람이 쓸수 있는, 한글이 표현할 수 있는 극대점을 찍어대는 모습을 보면......

 

작가 최명희가 왜 이 작품을 쓰면서 유명을 달리 할 수 밖에 없는지 깨닫게 된다.

 

펜에 잉크를 채운게 아닌 펜에 생명을 채워 써낸 작가. 

 

자신의 생명을 녹여 작품을 썼고, 결국 그 생명의 글의 마지막에 다다른것이다.

 

혼불을 읽으면, 그 치열하게 자신의 목숨을 녹여내며 글을 완성시킨 작가 최명희의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한문장 아니 한단어 허투로 쓰지 않고, 내키는대로 쓰지 않고.... 모든것을 철저한 고증과 검증을 바탕으로 이어나간 글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도 쉽게  써지는 글들을 보는 요즘을 반성하게 된다.

 

더불어 나태하고 산만한 나의 일상에 대한 반성과 함께..........................

 

혼불과 같은 작품을 다시 만날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