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학교에서 날 추워지면 그러는 것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때 겨울되면...전방에 계신 국군 아저씨게 위문편지라는 것을 써야 했다.
때론 숙제로, 때론 국어시간 1 시간 헐어서....

 

 실상, 편지 쓸 일도 별로 없는데다가, 내가 누군지도 모를 불특정 다수의 아저씨들에게 편지를 써야 한다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였으나, 그렇다고 안 할수도 없는 노릇...

 

그러다 보니, 글 솜씨 좋은 몇몇 아이들의 편지를 제외하곤 대부분 똑같은 내용...일테면, 전방에 계신 국군아저씨께로 시작해서...얼마나 노고가 많으세요...
아저씨들 때문에 저희가 두다리 뻗고 잠잘수 있어 고맙습니다로 끝맺는, 그 무성의 함이...
군인 아저씨들에게 얼마나 위로가 될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나에게 답장이 온 것이다. 별로 글 솜씨 없고, 좀 전에 읊은 위문편지 공식 그대로, 성의없이 쓴 편지에 날라온 국군아저씨의 답장....
  한눈에 보기에도 정성 가득한 그 답장엔 아저씨 보다 오빠라 불러달라는 말에...얼굴이 후끈 달아 오르기도 했지만,
그것은 창피해서라기 보다, 내가 보낸 그 성의없음에 너무도 성의를 담뿍 담고 보낸...그 어느 감수성 풍부한 군인오빠에 대한 미안함때문이였다.

 

우리반에서 나 혼자 답장을 받았기에, 지금으로 치자면 로또 당첨된듯이..
친구들과 골고루 돌아가며 편지를 읽는라, 결국엔 나달나달해졌지만...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정성스런 마음으로, 진짜 위문 편지를 썼다.

 

그렇게 한 1 년여...그 군인오빠가 제대를 할 무렵까지 우린 편지를 교환했고..
그 오빠의 국방의 의무가 마무리 지을 무렵에 자연스럽게 서신교환이 끊겨 버렸다.

 

흔히 이런식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면, 어린 여자아이 클때까지 그 순정파 군인 아저씨는 기다렸다가 둘이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뭐 이런식의 신파적인 이야기가..사실은 너무 동떨어진 작가들의 상상속 이야기임을 깨달으며..
영문학을 전공했다는 그 오빠는, 정말 오빠스럽게 편지는 담백했고...
그것 때문에 그 오빠에 대한 답장을 게을리 할 수 없었던듯 싶다.

 

그 뒤 한번 만나기로 했지만, 무슨일인지 모르는 일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지금에 이르렀다.

 

그 오빠...

지금쯤 그 누구의 아빠요, 그 누구의 남편이 되어 있을텐데...
어쩌다 이젠 아저씨라 부르기보다, 남동생 같은 군인들을 보면...
문득 그 군인 오빠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