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두는 엄마가 다 만들어 놨으니, 그냥 물만 끓여 넣으면 돼"

급하게 남긴 엄마의 말씀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과연 말처럼 쉬운일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부엌에서 내가 만드는 거라곤 라면이 전부인데, 떡국을 끓여야 한다니...

할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접하고 급하게 내려가시는 엄마가 내린 과제앞에 암담하기만 했다.

 집에는 철없는 오빠와 나...그리고, 역시 할머니한테 내려가는라 남겨진 이모의 아이들 둘까지 떠 맡게 되어,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었다.

 

 연말이라 만들어 놓은 친구들과 계획도 모두 포기하고, 아직 어린 사촌동생들 치닥거리에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한해가 지나가 버렸다.

 

드디어 설날 아침...비록 음력설을 지내긴 하지만, 양력설에도 떡국은 끓여 먹었던터라, 나름대로 한 해를 시작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아침이였다.

 

 어깨 넘어 본대로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 물에 먼저 넣어 국물을 우려낸다음 , 엄마가 빚어둔 만두와 가래떡을 앞에 두고 국물을 살짝 떠먹어 보니...이런.. 비릿하기만 했다.

그때부터, 끓는 물에 만두만 넣으면 된다고 했던 엄마말에 불안불안해 했던 실체가 드러나며 당황하기 시작했고, 닥치는대로 소금이며 조미료며 이것저것 넣고 그 비릿한 맛이 가시기만을 기대했으나 이런...??

 비린맛이 가셔지기는 커녕, 짜고 닝닝하고 씁쓸하기까지한 전혀 떡국의 국물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조미료 범벅이 되어 버렸다.

' 이럴줄 알았음 그냥 소금만 넣는 건데...'

그렇다고 다시 만들 엄두도 나지 않아, 어쩔수 없이 국물을 흘려보내며, 만두를 전자레인지 안에 넣을 수 밖에 없었다.

 

그 해 설날 아침...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국을 기대한 철없는 오빠에게 그럼 오빠가 만들지 그랬냐며 한마디 하고 괜히 눈치보던 어린 사촌동생들과 함께, 전자레인지에서 쪄낸 만두로 한해를 시작 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