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서울은 교육이였고, 절대적인 믿음이였다.

어린날 시골에서 곧잘 공부를 잘한다는 말을 들었던 나는, 초등학교 5학년 종업식을 불과 이틀 앞두고 서울로 전학을 했다.
비록 단 두개밖에 없는 학급이였지만, 전체 1등을 해서 종업식에 대표로 단상에 나가 교장선생님에게 우등상을 받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이틀을 기다려주지 않는 엄마의 거친 이사계획에 휩쓸려  그 뿌듯했을 순간은 꿈처럼 지나갔다.

 그렇게 휩쓸려 올라온 서울..... 안타깝게 난 그 후로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전체 1등으로 종업식에서 학생대표로 우등상을 받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엄마 말대로 서울아이들의 학업수준은 나의 상상이상이였고 난 중간에서 조금위의 성적을 근근히 받아내는 수준으로, 그냥저냥 존재감 없는 학생이였으니 말이다.

 서울에의 입성은 이처럼 지금 되돌이켜봐도 유쾌한 기억은 아니였다.
뭔가 떠밀려 쓸려가듯 정신없이 보내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닿을수 없는 저 먼곳에 오롯이 혼자 있는 기분이였다.

 그때 품었던 거창한 계획하나가 있었다.
금의환향하듯, 서울입성의 목표가 실현되는날 쫓기듯 올라왔던 그 시절, 그 곳을 다시 한번 찾아가 보리라...... 마치 고향을 떠나, 뭔가를 이룬 사람이 다시 고향을 찾아가 자신이 이룬것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듯한 기개가 마음에 생겼다.

그리고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것을 알아줄 친척... 그리고 나를 기억할 친구가 있을까 싶을정도의 시간이 흐른후에 난 어린날 품었던 그 거창한 계획이 떠올랐다.

그때 금의환향의 목표가 된 것은, 흔히 말하는 잘난 대학에의 입학이였을테고.... 그것만 이룬다면 남들이 말한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었을텐데....
어느새 그 흔히 말하는 잘난 대학의 입학도 한참 지나고 난 후....
그 잘난 대학에의 입학이 결코 눈꼽만큼도 성공한 삶을 살았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는 처절한 깨달음조차 진부한 것이 되어버린 시간이 지난 후였다.

 다시 그 생각이 난 그 엄청나게 흘러버린 시간보단, 그 엄청나게 흘러버린 시간후에 떠오른 생각과, 그때 서울의 삭막함과 냉정함에 복수하듯 칼을 갈고 했던 나의 기개와 다짐이라는게 너무 작고 소소한 것이여서 살짝 실소가 났다.

그때 생각한 누구에게 인정받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성적표를 가지고 찾아가는 금의환향이 아닌..... 그냥 어린날 추억 더듬기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서울을 떠났었다.

날 기억해주는 사람 하나도 없고 머물 곳도 없는 강원도의 시골마을로의 여행은 그렇게 아무런 계획없이 이뤄졌다.
 단 이틀을 남겨두고 그땐 하루도 못보면 죽어버릴것 같은 절친한 친구에게 작별인사도 하지 못하고 올라와 버린 그 시간에 대한 살풀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 아마 조금은 있었을테지만...
그 과거보단 어쩌면 불투명한 서울에서의 미래를 다시한번 다짐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을것 같다.

시간이 엄청나게 흘렀지만 그닥 변하지 않았지만 뭔가 미니어쳐가 되어버린 기분이였다,
마치 내가 걸리버가 된 것 처럼.....쪼그라들어버린 그 시절의 건물과 학교, 그리고 그땐 너무 넓어 한바퀴만 돌아도 숨이 깔딱깔딱찼던 운동장이 손바닥만하게 보인건 신기한 경험이였다.

하지만 그게 끝이였다.
기억하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은 비록 아무리 아름다운 추억의 공간이라 할지라도 그냥 한번 씽긋 웃어버리고 나면 남는게 없는 허무함이였다.

깨달음은 추억의 장소를 다시 찾은 그 순간이 아닌...
서울로 올라오던 그 순간이였다.

 뭐가 허무하고 씁쓸하던 마음이 새로운 벅참과 설렘으로 차곡차곡 , 서울이 가까워 질수록 공허한 마음이 채워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쓰나미에 휩쓸리던 도심의 쓰레기 마냥, 내 의지가 아닌....
아마 꽤 오랜동안 어린날 자부심으로 남았을 그날을 단 이틀앞두고 올라온 서울.
그때문에 서울에 그토록 오래 살면서 서울을 진심 마음에 담아 두지 못했지만....
마음이 아닌 몸은 이미 서울에 최적화 된 상태로 살고 있었던 것이였다.

지금 내게 서울은 일상이고 현재고, 그리고 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