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아는 이의 약국에서 일을 봐주는데...

어느날 약을 사러온 어떤 엄마가 쭈볏거리며 주저했다.

무슨일이냐고 물어보니...

발그레한 얼굴로, 딸아이가 이를 옮아와 걱정이라고 무슨 약이 없냐고 했다.

뭐 별 일 아닌데 쑥쓰러워 하는 그 분의 얼굴을 보며 별다른 약은 필요없고
머리를 잘 감기면 금방 없어진다고 말을 하고 나니...싱긋 웃음이 난다.

 

" 잠깐만.... 다들 눈 감고..."

지금도 그런 것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국민학교 - 초등학교라고 부르는것은 잘 알지만, 일재의 잔재든 뭐든 내가 그 시절을 추억하려면 국민학교라고 해야 할 것 같다 - 다닐땐 한달에 한번씩 위생검사라는 것을 했다.

손톱이나 발톱, 그리고 머리까지...

 

지금 관점으로 보면, 이것이 프라이버시( privacy) 침해고 한편으론 인격모독도 될 수 있는 소지가 있겠지만, 그 취지야 가급적 깨끗하게 하고 다녀 건강해라이니...당시엔 그게 보편적이였다.

 

요즘도 아주 잘사는 동네에도 이런 이가 퍼진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하물며 그 시절은 ....

사실 머릿속에 이가 있다는 것이 그리 큰 수치도 아니였었다.

하지만 수줍은 내겐  그렇지 않았다.

머릿니라고....아주 작은 벌레같은것이 머리카락속에 사는데, 이럴수가....

 

핑계를 대자면 위에 긴머리를 가진 언니들이 둘이나 있고, 그때엔 언니들과 한방에서 잤으니 어찌어찌 옮겼나 보다 싶었지만, 어린마음에도 내 머릿속에서 나온 살이 통통하게 오른 이는 충격 그 자체였다.

수치스러움과 민망함에 얼굴이 붉어질 찰라...

선생님은 갑자기 모든 아이들에게 눈을 감으로 라고 했다.

명목은 시끄럽다 였지만, 어린 제자가 받을 수치심을 생각한 처사라는 것은...
곧 이어진 행동으로 알았다.

 

조심스럽게 내 머리카락 속에서 띠어낸 이를 휴지에 돌돌말아 죽이고 나선...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시고 살짝 웃으셨다.
그리고 머리를 가볍게 쥐어 박으며, 머리 잘 감아야지....
나만 들을수 있게 이야기 해 주셨다.

 

' 아~~'

 

선생님 덕분에, 하마터면 일생일대 창피함으로 기억될 그 순간을 아무일 없어 지나갔다.

지금도 가끔, 초등학교 학생들의 머릿니 어쩌구 하는 뉴스를 보면, 피식 웃음이 난다.
이름 그대로 봄의 마음처럼 따뜻했던 춘(春) 자 심( 心) 자 쓰시던 선생님의 배려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