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선생의 기사를 보고 다시 한번 읽어 봤다.

언제나 그러듯 따뜻하다.

본인의 몸속에 몹쓸 병마를 가지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게, 고즈넉히 자연을 즐기며..

그 안에 기꺼이 귀의하려는 모습.

40에 등단해 40년 문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남긴 작가.

제대로 된 문학 수업이라곤, 6.25가 발발하기 직전 3일동안 다닌 서울대 문리대 국문과라는 사실.

작가의 단편 제목처럼, 그 가을 사흘동안이 아닌 그 여름 사흘동안의 문학도로서의 짧디 짧은 시간을 그후 많은 아이들을 낳고 길러내며 놓지 않고 있다, 불혹의 나이에 등단해...
불혹의 시간동안 그토록 많은 글을 남기고 떠났다는 사실에...
새삼 마음이 저려온다.

잃어버린 여행가방은, 평소 여행을 즐기는 작가의 기행문같은 수필이다.

그러나 여타 기행문과 달리, 기행한 장소에 대한 풍광이나 묘사, 절차에 대한 묘사보단...
작가특유의 문체로, 갈때의 마음가짐......겪은 에피소드 위주의 찰진....
그래서 더 다가갈수 있는 수필이다.

잃어버린 여행가방도, 해외에 나갔다 분실한 여행가방을 되찾기 위한 에피소드 - 결국 찾지는 못했지만 - 인데........ 그게 소중해서가 아닌, 빨아야될 속옷가지와.... 그 사이 주섬주섬 챙겨 넣은 커피믹스를.... 다른 사람이 행여 보고 혀나 차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수줍음......

문단의 중심에 있었지만, 늘 한발자국 옆에서 조용히 관조하는 작가의 일생을 잠시 곱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