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겠다, 죽겠다 , 말로만 하지 말고 그럼 죽지 그래.

 

교고쿠 나쓰히코의 전작들이 보여준 이야기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는 [죽지 그래]는 이전의 작품들과는 소재도 이야기도 다르지만 상당히 독특하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은것 같습니다.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항설백물어] 등 치밀한 연구 , 조사 등 작가의 지식이 밑받침 되지 않으면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흉내도 못낼 정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읽는 독자들을 놀라움에 싸이게 했던 그이기에 이번 [죽지 그래]가 보여주는 술술 읽히는 이야기 형식은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직장도 가지고 있고 나름 아름답다는 평가도 받고 있고 그녀를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웃, 남자친구도 있는 평범해보이는 직장인 여성 아사미가 살해 당합니다. 그런 그녀와 우연히 만남을 가졌던 겐야라는 청년이 아사미의 가까운 지인들을 만나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물음을 던지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어딘가 뻔해보이는 스토리 같지만 교고쿠 나쓰히코는 사건이나 배경, 추리 과정에 중점을 두지 않고 겐야라는 청년과 그가 만나게 되는 아사미와 관련된(관련될) 6명의 사람들과의 대화만으로 모든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가벼운 만남쯤으로 생각했던 계약회사의 중년상사, 자신의 남자를 빼앗았다 생각하며 악질적으로 괴롭힌 이웃집여자, 20만엔의 빚대신 딸을 팔아치운 비정한 생모, 빚대신 받아온 그녀를 착취한 야쿠자 애인, 시체가 된 그녀를 만난 형사, 그리고 한사람  (이야기의 반전을 담은 마지막 사람이라 업급하지 않으려 합니다.)

 

 

아사미가 어떤 이유로 살해당했는지가 아니라 단지 아사미는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질문하는 겐야, 그가 만난 사람들은 자신과 아사미의 관계가 드러나는 것을 감추려고만 하고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기만 합니다. 사람이라면 한번쯤 내뱉어 본적 있는'죽고 싶다' '죽지 못해 산다' 라는 말. 겐야는 가감 없이 그들에게 '그럼 죽지그래'라며 일갈 합니다.

 

“그럼 죽지그래.”
“……죽으라고?”
“그래. 그렇게 모든 것이 슬프고 힘들어서 미치겠다, 그렇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면 말이야, 정말로 어떻게도 할 수 없다면 살아갈 의미 따위도 없는 거 아냐?”

 

겐야는 단지 아사미라는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인지, 그가 만나고 다니는 아사미의 지인들 중에 범인이 있는 것이 아닌지 그가 차례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조금씩 의심이 솟아 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교고쿠 나쓰히코가 던져주는 반전은 묘한 즐거움을 주기도 합니다.

 

겐야가 만나는 사람들이 가진 여러가지 이야기들, 그들의 이야기 속에 조금씩 드러나는 아사미라는 여자의 인생, 그리고 겐야라는 청년의 이야기, 단지 인물들의 대화 만으로도 이런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낼수 있다니 요괴연구가라는 칭호로 요괴장르의 소설만 쓰는 줄 알았던 교고쿠 나쓰히코 작가의 새로운 일면을 만나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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