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와라 히로시의 책은 모두 빼먹지 않고 다 읽을 만큼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오기와라 히로시 특유의 유머를 보여주는 작품 [사이좋은 비둘기파,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외 여러편]들 뿐만 아니라, 50여년의 시간차를 뛰어넘어 두 청년의 이야기를 풀어낸 [타임슬립], 그리고 천년의 세월을 그자리에서 모든 것을 보아온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연작형식으로 풀어낸 [천년수]까지 각 작품마다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작가라 무척 좋아합니다. 어느 한 장르에만 치중해서 여러편을 읽다보면 지겨워지는 여타 작가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줘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날의 드라이브]의 주인공인 노부로는 잘나가는 은행의 엘리트로 일하며 곧 지점장이 될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40대 가장이었습니다. 어느날 윗사람에게 충동적으로 저질러버린 바른 말 때문에 쫓겨난 노부로는 소일거리 삼아 시작한 택시기사의 일이 여전히 못마땅하기만 합니다. 한때 엘리트라는 자부심으로 일하던 중년의 남자가 자신의 급에 맞지 않는 일을 하기 시작하며 원형탈모에 시달리고 가족들에게도 어쩐지 눈치가 보이는 나날이 계속 됩니다.  우연히 저지른 실수 , 무심코 선택한 일이 되돌릴수 없을 만큼 자신의 인생을 변하게 만든 일로 언제나 '했더라면' '만약'이라는 생각에 과거 젊은날의 자신을 되돌아 보기 일수입니다.

자신보다 조금 더 나은 벌이를 하는 아내에 대한 불만과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아이들에 대한 씁쓸함으로 가득한 노부로는 매일 매일 공상에 빠져삽니다. 잘나가던 시절, 젊고 화려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그때의 첫사랑과의 아름다운 재만남을 꿈꾸기 까지하며 일상의 고단함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지난 날의 선택에 대한 미련으로 가득하던 노부로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은 첫사랑의 집앞을 맴돌다가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녀 앞에 당당하게 나설수 없음을..

가족에게서 사회에게서 내쳐졌다고 생각하던 노부로도 지겹기만하던 택시기사의 삶에 조금씩 적응하면서 자신이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밉기만 하던 아내도 사실을 자신을 많이 걱정하고 위로해주고 있었다는것을, 무능한 아버지를 미워하고 무시한다고 생각했던 아이들도 사실은 피곤한 아버지를 위해 조심하고 있었다는 것을.. 택시기사로서 일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가족에게서 자신의 위치가,아버지로서의 삶이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으며 노부로는 서서히 현실의 자신을 인정하게 됩니다.

출세가도에서 추락한 40대의 가장이 길을 헤매고 돌아가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가족의 따듯한 마음을 깨닫고 자신감을 서서히 회복하면서 과거의 화려했던 젊은날에 대한 후회를 씻어버리고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한 애정을 발견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오기와라 히로시의 작품 답게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현실의 소중함을 깨달은 주인공의 시원한 (조금은 소소한) 복수를 담고 있어 마지막까지 웃음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