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닮고 싶은 조선의 고집쟁이들’에는 천민 출신의 시인 홍세태, 시대를 앞선 소설가 이옥, 흔들리지 않는 심지 곧은 사관 민인생, 고집불통 화가 최북, 최고의 만능 기술자 최천약, 천연두 전문어의 유상, 책을 만든 훈장 장혼, 장악원 익자 김성기, 상제 전문가 유희경, 호조 아전 김수팽 등 우리가 평소 접하지 못 하고 알지 못 하는 위인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제목에서도 잘 드러나 있듯이 일명 ‘쟁이’로 불리는 심지 곧고 강직하며 주위의 편견에 아랑곳 하지 않고 묵묵히 홀로 장인의 길을 걷고 한 평생을 살다 가신 수많은 위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는 책이다.

책의 내용을 쭉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고 닮고 싶은 위인을 꼽으라면 ‘흔들리지 않는 사관, 민인생’을 꼽을 수 있다. 조선시대 제 2대 임금인 태종의 전임 사관이었던 민인생은 직업의식과 사명감이 남달리 강했던 인물이다. 하늘같은 군주인 왕도 두려워 하지 않을 만큼 왕실의 수많은 사건과 사고를 있는 그대로 기록했던 그의 이야기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후세 사람들이 역사를 제대로 알게 된 것 또한 강직한 신념을 갖고 역사를 바로 볼 줄 아는 자세로 있는 그대로 기록했던 사관들 덕분에 가능했다.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고 조선의 역사를 기록한 ‘민인생’ 같은 인물들이 있었기에 자칫하면 왜곡된 역사를 접할 수도 있었던 조선의 역사를 있는 사실 그대로 기록하여 내려져 올 수 있었다. 사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숨어서까지 기록하는 철저한 직업 정신과 뛰어난 사명감의 민인생의 정신을 본받아 일을 함에 있어 어느 직종에 종사하든 내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해야겠다. 더불어 화려한 인물은 아니지만 역사 깊은 곳에서 우리 후손을 위해 소중한 역사의 진실을 알려주신 그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책에 실린 많은 인물 중에 내 마음을 흔든 또 한 분의 위대한 분이 계시다. 천연두에 관한 한 조선 제일의 어의라 불릴 만큼 명의로 손꼽히는 ‘천연두 전문 어의, 유상’이 두 번째로 닮고 싶은 분이다. 유상은 1683년 한양에 천연두가 크게 번졌을 때 숙종을 치료했던 천연두 전문 어의로 그 공을 인정 받아 고양 군수의 벼슬을 하사 받는다. 1699년과 1711년에는 각각 세자와 왕자의 천연두를 치료해 삭녕 현감 벼슬까지 하사받기에 이른다. 그 시절 왕의 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자 신하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왕가의 천연두를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치료한 유상은 신분을 떠나 의술 실력을 널리 인정받았다. 왕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과 함께 절대 처방해서는 안될 것 또한 훔쳐서라도 임금을 위해 마다하지 않고 드렸던 그의 끈기와 신하된 도리의 충심이 천연두란 병을 낫게 했다. ‘유상’이란 인물을 접하며 문득 명의 ‘허준’이 떠올랐는데 이렇듯 훌륭한 어의가 세상에 드러나지 않아 많은 이들이 모른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세상엔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며 소리 없이 훌륭한 일을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빛과 소금처럼 살다 가신 조선시대 많은 위인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생색내고 보여 지는 것만 추구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맹목적으로 부와 명성을 쫓아 자신의 소중한 꿈과 이상을 져버리는 일이 없도록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장인의 길을 걷을 수 있도록 지침서가 되어주는 ‘어린이가 닮고 싶은 조선의 고집쟁이들’을 많은 어린이들이 읽길 바란다. 나 또한 민인생처럼 소신 있는 삶을 살고 싶기에...


                                                                                                     이지영 기자 / (서울 탑산초등학교 5학년)

아해와 이야기꾼 글 / 한창수 그림 / 주니어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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