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자 볶자 콩볶자" 같은 말이 반복되면서 음율이 살아나고 재미가 느껴져요

표지를 보니 머리에 흰눈이 내린 할머니가 소곤소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네요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할머니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있고요 ^^

무슨 이야기를 속닥속닥 나누는 걸까 궁금한데, 음력 2월 초하룻날, 콩을 볶아 먹는 전통 풍습을 소개하며, 온 마을 사람들이 콩을 볶아 심술쟁이 변덕쟁이 봄바람의 말썽을 그치게 하고 비로소 따듯한 봄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차가운 겨울바람 북풍이 할머니에게 인사하고자 뒷산 기슭 초가집으로 날아갔어요

할머니를 부르며 다소곳이 지난 겨울 불편하게 해드린 일은 없었는지 물었어요

할머니는 북풍을 나무라지 않고, 겨울이 매섭게 추워야 나쁜 해충들이 죽고 농사가 잘된다며 되려 고맙다고 합니다

북풍은 다음 겨울에 다시 찾아오기로 약속하며 북쪽 하늘로 향했어요

 

바람을 의인화한 점이 새로웠어요 할머니를 찾아가 공손하게 묻고, 인사를 드리고 ^^

작가님이 석판화 기법을 사용해서인지 그림에서 따뜻함과 포근함 느껴졌어요 

매서운 겨울과 따스한 봄의 분위기를 잘 표현해낸 것 같아요

 

석판화의 원리는 매우 단순하다. 물과 기름은 서로 섞이지 않는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기름을 주원료로 한 크레용 등으로 판의 표면에 그림을 그리고 필요한 절차를 마친 후 판 위에 물을 적시면 그리지 않은 부분에만 물이 스민다. 이때 롤러에 잉크를 묻혀 판 위에서 굴리면 잉크 역시 기름이므로 그림이 그려진 부분에만 묻고 그 밖의 여백에는 잉크가 올라가지 못하게 된다. 그 위에 종이를 올려놓고 석판화 프레스로 찍으면 석판화가 된다. 석판화에서 쓰이는 판은 원래 돌로서 석회석을 쓰도록 되어 있으며, 특히 분자가 곱고 일정하여 화학반응이 고르게 일어나는 것으로 보통 석회석보다 밀도가 크면서 기공(氣孔)으로 가득 차 물이 쉽게 스미는 반면 표면에 물이 한동안 촉촉히 남는 것이 쓰인다.

 

 

어느새 새싹이 나오고, 꽃망울이 터지고, 봄바람이 나뭇가지를 살살 흔드는 봄이 찾아왔답니다

마을 사람들은 두터운 겨울옷을 벗어버리고 농사준비에 바빠요

아이들은 들도 산으로 뛰어다니기 바쁘구요

하지만 할머니는 봄바람이 언제 변덕을 부릴지 모른다며 아직도 겨울옷을 갈아입지 않고 있었어요

 

꽃피는 봄이라그런지 분홍, 연두, 노랑 색깔이 참 예쁜 것 같아요

새들이 지지배배 노래하고, 겨울잠에서 깬 토끼부부도 보이네요^^

 

 

드디어 음력 2월 초하루가 되었답니다

바람한점 없던 날씨가 갑자기 세찬 바람으로 변했어요

할머니집에 놀러온 아이들은 심술궂은 바람때문에 부랴부랴 집안으로 들어갔는데, 창호지 문을 뽁! 뚫고 밖을 살펴보았어요

우워어헝 우워어헝! 바람소리가 거칠자 아이들은 바람이 무섭다며 할머니 품으로 달려들었어요

할머니는 봄바람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자며 무언가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창호지문은 요즘 아이들에게 낯설은 풍경이지요

할머니 방안엔 콩나물 시루도 보이고,, 큼지막한 가구가 아닌 간소한 살림살이가 눈에 띄네요

 

 

변덕쟁이 봄바람을 잠재울 할머니의 비법은 무엇일까요?

마을 사람들은 할머니께 전해들은 말씀대로 커다란 가마솥에 콩을 안치고 불을 지핀 다음 콩을 젓기 시작하는데, 콩이 튀는 소리에 봄바람이 깜짝 놀라 두리번거립니다

콩이 튀는 소리에 봄바람 소리가 묻히고, 아이들은 콩을 들고 나와 맛있게 먹는데 봄바람이 아무리 잡고 흔들어도 아무렇지 않아요

아무리 심술을 부려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자 봄바람은 힘이 쭉 빠졌어요

 

결국 봄바람은 마을을 떠나고 할머니의 곁에 다시 나타납니다

이번엔 변덕쟁이가 아닌 착한 바람의 모습으로요 ^^

다시는 변덕을 부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니 할머니는 볶을 콩을 나누어 주십니다

사실 봄바람은 콩이 넘 먹고 싶었대요 ^^

그리고 드디어 할머니는 연두빛 고운 한복을 입으셨답니다~

 

볼에 바람을 잔뜩 집어넣은 봄바람의 모습을 보니 왠지 귀엽기까지 해요 ^^

콩이 얼마나 고소하면 휘잉 휘잉 바람이 불어도 모를 정도일까요~

심술딱지 봄바람과는 달리 착한 봄바람은 볼이 발그레하고 하얀 구름을 닮은 예쁜 모습이에요

 

사실 음력 2월 초하룻날의 풍습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 풍습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바람을 의인화하여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에 웃음이 묻어났어요^^

 

 

딸아이가 그린 봄바람과 할머니와 아이들의 모습이에요

바람이 세차게 부는데도 아이들은 즐겁게 놀고 있는 것 같아요

그중 왕관을 쓴 여자아이의 모습에 "이 책엔 공주 안나오는데?"라고 물으니 "으응 왕관쓰면 더 예쁠것 같아서.."라고 대답하네요 ^^

요즘 한창 한글을 배우고 있어서 그림 그릴때 글자를 꼭 써넣더라구요

 

  

글 : 소중애

충남 서산 출생. 소중애 선생님은 1982년 「아동문학평론」지에 동화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현재는 충남 천안신촌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계시며, 충남 아동문학회회장과 한국문인협회 천안지부장도 맡고 계십니다. 1994년에는 어린이가 뽑은 작가상을 수상하였고, 2002년에는 한국아동문학상, 2004년에는 방정환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개미도 노래를 부른다』 『거짓말쟁이 최효실』 『윤일구씨네 아이들』 『사람을 길들이는 개 쭈구리』 『울보 선생님』 『거북이 장가보내기』 『꼼수 강아지 몽상이』 『콩알하나 오도독』 『중국 임금이 된 머슴』외에도 백여 권이 넘는 다수의 작품이 있습니다.

 

그림 : 차정인

이화여자대학교 생활미술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그림책에 그림을 그렸다. 영국 런던예술대학에서 북아트를 공부하고, 책과 더 다양한 방식으로 어울려 지내고 있다. 아티스트 북 『실 한 가닥 A Piece of String』, 『미로 MAZE』 등은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그린 책으로는 『아하 보리였구나』, 『나 너 좋아해』, 『오리 할머니와 말하는 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