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세계명작 시리즈 중 골랐던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은 여지껏 읽어왔던 소설과는 다른 독특한 소재를 취하고 있었다. 물론 만화에는 요리를 소재로한 것이 많이 있지만 내가 읽어본 책 중에서 요리를 소재로 취한 것은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이 처음이었다. 

라우라 아스키벨은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한가지 요리를 소재로 '티타'라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집안의 셋째이자 막내딸로 태어난 티타는 젖이 말라버린 어머니 마마 엘레나 대신 집안의 하녀이자 요리사인 나차의 보살핌아래 부엌에서 영유아기를 보낸다. 부엌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지고 재미있었던 티타는 나차가 요리를 할 때 함께하며 나차의 전통요리법들을 하나씩 배워간다. 소녀의 티를 벗은 열여섯의 꽃다운 나이가 된 티타는 페드로라는 청년과 사랑에 빠지지만 막내딸은 평생 독신으로 어머니 곁에서 어머니를 보살펴야 한다는 가문의 전통에 따라 페드로와 결혼을 할 수 없게 된다. 티타를 평생토록 옆에서 바라보기위해 페드로는 티타의 언니인 로사우라와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하게 된다. 맙소사...아무리 사랑해도 그렇지...이건 로사우라에게도 티타에게도 그리고 페드로 자신에게도 모두 상처가 되는일이 아닌가!...하지만 또 이런 게 사랑인걸까?!...나차가 죽고나자 티타는 집안의 새로운 요리사가 된다. 사실 나차의 전통 요리법을 보고 듣고 기억하는 이는 티타밖에 없었던 것이다. 티타는 사랑하는 페드로와 한 집에 살면서 어머니 마마 엘레나의 감시의 눈초리를 피해가며 그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계속 이어나간다. 페드로와 티타는 어쩌다 둘만 있게되는 기회만 있으면 서로를 향한 뜨거운 눈빛을 교환하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 하지만 티타가 만든 음식에 대한 칭찬조차 허락하지 않는 마마 엘레나의 감시의 눈초리가 더욱 엄해지고, 결국에는 마마 엘레나의 명령으로 페드로와 로사우라는 고향을 떠나 살게된다. 마마 엘레나는 티타의 뺨을 후려갈기기도 하고 항상 그녀의 일에 트집을 잡아 호통을 치곤했는데, 사랑하는 페드로가 멀리 떠나가 삶에 활력을 잃은 티타는 결국 어미니의 핍박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간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티타를 같은 마을의 의사 존은 거두어 준다. 그리고 그녀의 몸과 마음이 예전처럼 회복될 수 있도록 정성껏 도와준다. 티타의 마음의 회복을 위해 존이 한 말이 있는데, 멕시코 특유의 정열을 느낄 수 있다.

P.124~125
"우리 몸 안에서는 따뜻한 열기가 피어오르지요. 이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사라지지만 나중에 다시 그 불길을 되살릴 수 있는 또 다른 폭발이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각자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불꽃을 일으켜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만 합니다. 그 불꽃이 일면서 생기는 연소작용이 영혼을 살찌우지요. 다시 말해 불꽃은 영혼의 양식인 것입니다. 자신의 불씨를 지펴줄 뭔가를 제때 찾아내지 못하면 성냥갑이 축축해져서 한 개비의 불도 지필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영혼은 육체에서 달아나 자신을 살찌워 줄 양식을 찾아 홀로 칠흑같이 어두운 곳을 헤매게 됩니다. 남겨두고 온 차갑고 힘없는 육체만이 그 양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말입니다."

존의 정성어린 보살핌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은 티타는 존에게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편안함에 이끌려 존과 결혼을 약속한다. 짱짱했던 마마 엘레나가 죽고나자 페드로와 로사우라 그리고 그들의 딸 에스페란사는 다시 티타와 한 집에서 살게 된다. 페드로는 여전히 티타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지만 티타는 페드로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지쳤다. 존과의 결혼날짜가 다가올수록 질투의 마음은 페드로의 가슴속에서 들끓게 되고 결국 티타와 육체적 결합을 하기에 이른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페드로와의 육체적 결합은 처음이었던 티타는 결국 존에게 모든 사실을 말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페드로임을 깨닫게된다. 한편 페드로와 티타의 관계가 더이상 말릴 수 없는 것임을 안 로사우라는 딸인 에스페란사를 가문의 전통에 따라 평생 곁에 두며 위안으로 삼으려고 하지만 티타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을 조카가 이어나가길 원치않아 그 따위 전통은 사라져야 된다고 격분한다. 세월이 흘러 로사우라가 죽고 에스페란사도 짝을 찾아 결혼을 하게 된다. 티타는 조카의 결혼식 피로연에 쓰일 음식에 온갖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고 사람들은 그 음식을 먹고 모두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조카도 집을 떠나고 드디어 페드로와 단둘만이 남게 된 집에서 티타는 페드로와 사랑을 나누다가 그만 가슴속의 불꽃이 폭발해버려 죽게 된다. 페드로도 집에 불이 나 티타와 함께 격렬한 사랑의 불꽃속에 한줌의 재로 돌아간다.
    
멕시코의 전통요리와 남녀간의 애정을 소재로 멕시코인들 특유의 정열을 표현해낸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은 내가 읽은 소설중 가장 독특한 것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