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들어서 끝까지 읽은 첫번째 책이다. 뭐가 그리 바쁜지...정말 책한권 차분히 읽을 마음의 여유조차 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사실 이책을 읽은 계기도 수업시간에 부여된 과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상상하게 하는 '문학의 기능'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를 찾다가 이책을 읽게 되었다. 결국 과제 제출까지 이책을 읽지 못하였고, 예시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냥 반납해버릴까 하다가 왠지 모를 오기도 생기고 이번 학기들어 나 자신에게 책한권 읽을 여유를 주지 않은 스스로에 대한 책망으로 끝까지 읽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이책의 제목을 열번만 읽어도 50m달리기를 한 것처럼 숨이찬다. 공상과학 소설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나에겐 제목부터 공상과학 소설의 면목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전 5권으로 구성된 이 소설의 1권은 안내서에 대한 안내이다. 즉 이 안내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에게 여행에 필요한 잡다한 지식을 제공하는 안내서는 히치하이커들에 의해 끊임 없이 수정되고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기도 한다. 내가 알고 있는 히치하이킹은 여행중에 개인 교통수단을 얻어 타며 여행하는 것이다. 아직 히치하이킹을 해본적이 없는 나에겐 은하수를 여행하며 지나가는 자동차가 아닌 우주선을 얻어 탄다는 발상자체가 놀랍고도 가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맙소사 은하수를 히치하이킹으로 여행을 하다니! 생각만해도 신나는 일이다. 1권은 은하계의 먼지 하나정도에 해당하는 지구가 보고인들에 의해 사라지게 되고 지구에서 살아남은 아서, 트릴리언과 은하제국의 대통령 자포드 비블브락스 그리고 자포드의  사촌인 안내서의 수정을 맡아 은하수를 여행하는 포드 프리펙트 이 네사람의 우연한 조우와 순수한 마음 호를 타고 은하수 여행을 시작을 그리고 있다. 내용 전개 과정에서는 기상천외한 행성의 이름들과 새로운 개념들 그리고 인간 사회와 인간의 모습들에 대한 풍자도 곁들여 있다. 자칫 잘못하면 시종일관 상상의 나라에서 농담만 읽고 그칠 수 있는 이 책은 그렇지만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다소 가벼웠던 책에 무게가 실렸다.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발달한 과학 기술로 깊은 생각을 하는 컴퓨터가 나오고, 인간 아니 우주 생명체는 그 깊은 생각 컴퓨터에게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을 묻는다.
(p.236)
"깊은 생각 컴퓨터야! 네가 수행하도록 디자인된 임무는 이것이다. 우리는 네가 우리에게 말해줬으면 한다........" 그가 말을 멈췄다가 계속했다.  "그 해답을!"
"해답이라니요?" 깊은 생각이 말했다. "무엇에 대한 해답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삶!" 푸크가 소리쳤다.
"우주!" 렁퀼이 외쳤다.
"모든 것!" 그들이 입을 모아 합창했다.

우주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칠백 오십만년의 기다림 끝에 컴퓨터로부터 대답을 듣게 된다.
(p.249)
"위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은....."
"해답은......!"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은......." 깊은 생각이 말했다.
"해답은........!"
"그 해답은........" 깊은 생각이 말을 멈췄다.
"해답은.......!!!"
"42입니다." 무지무지하게 엄숙하고 침착하게 깊은 생각이 말했다.

칠백 오십만년의 기다림 끝에 얻은 해답은 '42' 였다. 
삶에 대한 해답의 갈망은 인간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 우주에서 살아가는 모든 것들에 해당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그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산다는 것 자체가 해답을 찾는 과정이니까. 그리고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면서 문득 "이게 산다는 것인가?!" 하고 느낄 때 그럴때 우리는 해답에 조금씩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모든이의 삶의 모습이 다르듯이 한가지의 보편적인 해답이 아닌 모든 살아가는 이들의 수만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42' 라는 숫자의 의미에 대해서 숙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42' 라는 숫자 역시 삶에 대한 해답을 다른 누군가로부터 얻으려하는 우리의 모습에 대한 맹렬한 풍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