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구입한지 한달 가까이 되어간다. 책을 받아놓고 그동안 책꽂이에 잘 모셔놓기만 했었다. 함께산 책들과 함께 서서히 먼지를 뒤집어 써가던 엄마를 부탁해. '그동안 기껏 고민해서 산 책들은 안보고 난 뭘하고 있던 것일까?'라는 물음과 함께 요즘들어 마음이 점점 메마르고 황폐해지는 느낌이 들어 스스로의 위로차원에서 책을 잡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끔씩 마음이 짠하여 눈물이 글썽여질때도 있었지만 끝내 눈물이 주루룩 흐르는 그런 상황이 연출되지는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이 되는 부분이 몇군데 있었다.작가의 생각에 정말 공감하여 읽는도중 '맞아! 정말그래' 하며 아마를 두드렸던 부분이 있다. '엄마' 라는 말속에는 '엄마 날 조금 더 보살펴줘, 날 더 바라봐줘' 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부분이었다. 난 올해 제대를 했고 스스로 어느정도 철이 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엄마를 '엄마'라고 부른다. 제대후 거의 모든 일들을 스스로 찾아보고 고민하여 처리하고 있는 와중에 무의식적으로부르는 호칭 '엄마'는 아직도 내가 많은 부분을,아니 거의 내 전부를 엄마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의미했다. 난 어려서부터 엄마의 사랑을 듬뿍받으며자라왔다. 그리고 엄마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며 살아왔다. 오죽하면 유치원때 셔틀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집으로 뛰어갔을까. 지금도 가끔 부모님께서 그 이야기를 하신다. '너 그때 과자먹고 싶다고 집에 뛰어왔다'고. 그것이 어찌 과자 때문이었을까. 난 지금 그때일이 또렷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어린 마음에도 엄마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집으로 달려갔을까하는 마음이 들어 스스로 짠해지곤 한다. 엄마의 사랑이 넘쳐서 일까. 요즘들어 나는 내안에 가득차 넘쳐 흐르고 있는 사랑을 다른 누군가에게 주고 싶어진다. 그래서 아마도 마음에 팍팍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나보다. 나 역시 솔직하게 말하면 엄마에 대해 얼마만큼 아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요즘내가 노력하고 있는 것은 엄마뿐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를 조금더 알려고 한다는 것이다. 요즘 영어회화 학원을 다니는데 가끔 내가 학원에서 배운 영어로 엄마에게 질문을 할때면 엄마는 본인이 알고계신 지식을 총동원하여 '혹시 이렇게 대답하는 거 아니니?' 하고 되물으신다. '50대 중반이 되셔서도 이런 것을 다 기억하시다니!' 오히려 내가 놀라곤한다. 그뿐만아니라 가끔씩 아주 가끔씩 나는 엄마의 학창시절과 결혼시절에 관하여 이것저것 묻고는 한다. (이럴때보면 내가 아주 딸같다;;) 대부분 그시절에 관한 호기심에 질문한 것이지만 때로는 엄마의 진지하고도 솔직한 감정들과 마주하곤 한다. 그럴때면 나도 엄마가 '엄마'보다 한 사람으로 느껴지곤 한다. 이렇듯 세월이 흘러갈수록, 내가 좀더 어른이 되어갈수록 엄마에대해서 우리 가족에대해서 그동안 미쳐 몰랐던 것들을 조금씩 더 알아가는 것을 느낀다. 누군가에 대해서 안다는 말은 정말 쉽게 할 수 없는 말이다. 가족들도 평생을 알아가며 함께 사는 것이기에. 나는 언제든지 엄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이해하고 간직하며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