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경찰관이라는 직업이 사건 사고와 떨어지지 않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안든다.
특히 아는 사람이 개입된 사건의 경우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 교통경찰의 밤이라는 책을 보면서 비록 소설이지만, 다시 한번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해 특히, 교통사고처리반인 경찰의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였다.

이 책은 6편의 단편집이다.
사실 이 작품은 구성이 매우 단순해서 단편소설로만 진행될수 밖에 없는 매우 간단한 스토리였다.
하지만, 짧지만 강하게 인간의 심리와 갈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고, 그러한 인간의 내면이 교통사고라는 매개를 통해 연결되어 있었다.

[천사의 귀]라는 작품은 사거리 교통사고를 중심으로 사건의 진위를 밝히려는 교통경찰의 노력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철저히 이기심이라는 인간의 본성에 좌절하게 하는 그런 이야기였다.
[분리대]라는 작품은 과거의 연인 아야코가 교통사고의 피해자 가족으로 등장하면서 내내 동정심을 유발시켰다.
특히 트럭과 검은색 아우디라는 차를 등장시켜 가진자의 오만에 대응하는 못 가진자의 복수가 꽤나 수긍이 가는 그런 작품이었다.
[위험한 초보운전]은 초보 운전이 위험하다는 것이 아니라, 초보 운전자가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등장시키고 있다.
여기서도 복수라는 테마가 등장하는데, 참으로 독한 복수의 한 단편이었다.
[불법주차]는 정말 가슴이 아팠다.
무심히 한 불법주차가 불러온 엄청난 사건.
그 사건의 피해자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
그래도, 복수의 테마중에서 가장 멋진 작품이었다고 꼽고 싶다.
[버리지 마세요]는 인간의 욕심과 쾌락이 마치 하늘의 심판을 받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통쾌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마치코의 잃어버린 시력이 가장 안타까울 뿐이었다.
[거울속에서]는 오다 형사의 재치와 날카로운 통찰력이 빛났던 작품이다.
이 책의 단편들 중에서 가장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형사가 오다 형사가 아닐까 싶었다.
숨겨진 범인을 찾아가는 오다 형사의 추리력과 마지막 판단이 꽤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책은 무척 쉽게 읽혔다.
원래 단편집이 워낙 쉽게 읽히는 점도 있지만, 꽤나 박진감 넘치는 진행과 숨겨진 반전들이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그로 인해 책을 읽는 진도가 빨랐던 것 같다.
이 책속에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이 들어난다.
특히 교통사고를 당하고 난뒤, 당황스러움 속에서 등장하는 인간의 본능과 행동들이 등장한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그리고, 그 교통사고를 조사하는 사람도 모두 사람이고, 본능과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
책을 읽으면서 무심했던 교통사고 목격자를 찾는 전단도 다르게 보였고, '과연 내가 저 사고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라면... ...'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꽤나 수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으로 꽤나 감각적인 작품들을 만날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