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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하면 헌신짝이 되는 이유

>>> ‘헌신했더니 헌신짝 취급을 받았다’는 말이 있다. 고시 공부하는 남자를 뒷바라지했더니 고시 붙고 나서 차였다든가, 군대 간 동안 기다려줬더니 군화를 거꾸로 신었다든가 하는. 헌데 이상하게도 남자가 헌신했는데 여자한테 차였다는 얘기는 그만큼 들어본 적이 없다. 더구나 ‘몸도 마음도 돈도 줬는데 차였다’는 말은 남자에게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이런 걸 보면 여자는 남자의 헌신에 대해서 고마워하지만 남자는 여자의 헌신에 대해 그리 고마워하거나 애정으로 갚아야 할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왜일까? 남을 위한다는 것, 남을 기쁘게 한다는 것, 즉 남자를 기쁘게 한다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남자가 돈이 없다고 하면 대신 내주고, 옷도 사주고, 공부하라고 학원비도 대주고, 나를 안고 싶어 하면 몸도 주고, 하루 종일 그 남자만을 생각하며 언제 밥을 먹고 무슨 반찬에 먹는지, 잠은 언제 자는지, 하루 종일 그에게 신경이 가 있다. 과연 이런 배려가 정말 남자를 기쁘게 해줄까? 이렇게까지 했는데 남자는 왜 내가 싫어진 것일까? 왜 바람을 피울까? 여자는 ‘내가 자기한테 어떻게 했는데’ 싶어 억울하기만 하다.

여기서 남자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자. 돈이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할까 했는데 여자가 걱정 말라며 돈을 내주겠다고 한다. 그때 남자의 입장은 ‘와, 정말 이 여자가 날 사랑하나봐. 행복해’일까, 아니면 ‘남자가 여자한테 돈을 받다니, 쪽팔리네’일까? 당신은 남자를 배려한다면서 남자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일 수도 있다.

여자를 안고 싶다고 하니 알아서 옷을 벗어주었다. 남자는 ‘정말 이 여자는 날 사랑하는구나. 옷도 알아서 벗고’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이 여자도 나랑 섹스하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생각할까? 당신은 남자에게 몸을 바쳤다고 생각하겠지만 남자는 당신이 좋아서 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당신은 또 남자가 하루하루 지내면서 불편한 것은 없는지 수시로 전화를 한다. “아침 먹었어? 뭐 먹었어?” 그러면 남자는 ‘이 여자가 배려심이 많아서 이런 것까지 챙겨주니 난 행복한 놈이야’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바쁜 아침에 왜 전화를 할까? 시간이 많은가보다’라고 생각할까?

계속 이런 상황이 진행되다보면 당신이 남자를 위해서 한 행동이 결국에는 당신을 남자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귀찮게 하고 같이 섹스를 즐긴 정도의 여자로 전락시킬 수 있다. 그런 여자를 차버리는 것이 이상한가?

오히려 남자가 여자를 위해서 돈을 벌고 그 돈을 여자를 위해 썼다면 여자의 기쁜 얼굴을 보며 자존심도 세우고 만족감도 얻었을 것이다. 그 만족감은 세상 누구도 아닌 당신만이 그 남자에게 줄 수 있는 행복인 것이다. 여자에게 더 좋은 것을 해주면 더 기뻐하리라 생각하며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남자로서 행복감을 느끼는 일이라는 걸 아직도 모르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작은 일일지라도 남자에게 무거운 것을 들어달라고 하거나 어려운 일을 해달라고 하면 기뻐한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그런 사소한 것에서 자존심을 세우고 여자를 도와줬다는 것에 대해 행복해하는 것이 남자다.

왜 자신이 기뻐하는 방식을 남자에게 똑같이 적용하려 하는가? 진정으로 남자가 기뻐하는 일이 무엇인지 남자 쪽에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내가 헌신하는 것이 남자를 기쁘게 하는 게 아니라 남자가 나에게 헌신하게 하는 것이 남자에게 보람을 주고 자존심을 세워주고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자가 월급을 아껴서 남자에게 노트북을 사줬다고 하자. 과연 남자가 행복할까? 그 순간은 남자가 기뻐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물건이 생겨서 기분 좋은 것이지 여자의 헌신에 감동한 게 아니다. 과연 여자도 그런 남자를 보며 행복해할까? 두 사람 다 불행으로 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남자가 월급을 아껴서 여자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줬다. 여자는 기뻐했을 것이고 그 남자의 애정에 감동했을 것이며 남자는 그런 여자의 얼굴을 보며 행복했을 것이다.

여자는 물건 너머 남자의 마음까지 헤아리지만 남자는 눈앞의 물건만 볼 뿐 그 속에 담긴 여자의 마음까지 읽어내는 데는 서투르다.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을 하면 된다. 주는 것이 아니라 받으면서 주는 상대를 기쁘고 행복하게 해주는 법. 아직 제대로 깨닫지 못한 우리가 많이많이 배워야 할 것이다.

- [인어공주는 왜 결혼하지 못했을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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