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499년부터 시작해서 2008년까지 2500년이 넘는 기간의 역사적 사건들이 담겨 있는 책이다. 목차에서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시간 순서대로 100가지 실수가 나열되어 있다. 각각의 실수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그 제목으로 해서. 시간적인 흐름대로 내용이 진행되기 때문에 실수들이 연달아 진행되기도 한다. 세계대전들 같은 경우는 여러 가지 실수들이 연결되어 흐름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어서 또 재미있다. 각 실수에 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는 그 실수가 없었을 경우 어떻게 되었을지 살짝 추측을 써놓았는데, 히틀러와 일본이 인종차별 없이 조금 더 현명하게(?) 전쟁을 지휘했다면 하는 상상에서는 소름이 다 끼쳤다. 어쩌면 세계를 손아귀에 넣었을지도. 이렇듯 안타깝고 아까운 실수들과 천만다행인 실수들이 잔뜩 나와있다. 역사적인 사건들 뿐 아니라 페니실린, 포스트잇, 뉴코크 등 많이들 알고 있는 이야기도 다룬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 속에 묻어둔 채 먼지만 쌓여가고 있던 나의 세계사 지식을 끄집어 내게 되었다. 중학교 때 배운 세계사에 나왔던 내용들 - 비잔틴, 칭키스칸 등-, 알렉산더, 로마, 영프 전쟁들을 재미있게 머리에 담게 해준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 율리우스 카이사르에게 푹 빠지게 만들어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4-5권 다시 읽어야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다뤘던 영화 마진콜(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재미있었다)까지. 그 외에 온갖 영화, 만화, 책에서 얻은 지식들을 열심히 긁어모아서 각각의 상황들을 조금 더 자세하게 그려볼 수 있었다. 정확히 표현하면 그래야지 제대로 상황 파악이 되었달까? 637쪽이나 되지만, 2500년의 사건들을 다 자세히 담아내기는 역시 무리였던 듯. 그래도 각각의 실수의 배경과 영향에 대해서 짚어보면서 내가 예전에 배웠던 것들을 다시 상기시키고, 또 내가 몰랐던 첫 번째 도미노 조각들을 찾아갈 수 있었다. 대충 그런 일들이 있었던 건 알고는 있었지만 각각이 어떤 촉매적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펑~하고 터지게 되었는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그치만 조금 길긴 하다. 그리고 하나 아쉬운 점을 꼽자면, 각각의 실수를 제목으로 옮겨놓은 것이기에 그 제목이 중요한데 그 번역이 조금 이상하다. 한국전쟁의 이야기에서 트루먼 미대통령이 강력한 경고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실수의 제목이 ‘언어유희’라니. 응? 하면서 원어로 챕터 제목을 검색해보았다. 그 부분의 원제목은 “misquoted”. 다른 제목들 - 돌이킬 수 없는, 지리에 어두운, 복수에 눈이 먼 - 처럼 차라리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이라는 표현을 썼어도 되었을 것을. 언어유희는 좀 아닌 것 같은데. ‘지리에 어두운’도 이상해서 찾아보니 “Gotta know the territory”다. 최소한 각각의 제목에 옆에 영어로 달아주었다면 조금 더 이해가 잘 되었을듯. 딱 챕터 97에만 원어 제목이 함께 달려있다. 왜 한 챕터에만 달아놓았는지는... 출판사만 알겠지?

 어쨌든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읽으면 중요한 역사적인 사건들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자신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지적 능력을 시험해보고, 빠져있던 고리들을 연결하는 재미를 줄 수 있는 책. 나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 역사적 실패사례들을 통해 배우지 못하면 동일한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는 거, 그리고 똑똑한 많은 사람들도 엄청난 바보 같은 실수 혹은 착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마음 속에 새겨두어야 할 듯. 어쨌든, 어여 로마인 이야기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 하권을 질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