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화 까지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밀레니엄 시리즈. 우리 언니도 친구에게 직접 책을 사서 줄 정도로 좋아하더군. 그래서 읽어볼까 싶었다. 과연 얼마나 재미있길래~ 싶었던 거지. 그리고 언니랑 나는 보통은 취향이 엄청 다르지만 영화 인셉션 같은 경우는 둘 다 어마어마하게 매료되었으니까. 물론 워낙에 인셉션이라는 영화가 매력적인 작품인 것도 있지만, 어쨌든 간혹 찰칵하고 취향이 맞아떨어질 때가 있어서 나름 기대를 하고 이 책을 언니 책장에서 빼서 읽기 시작했다는 거지.

 다 읽고나니 내 취향은 아니었다. 일단 초반에는 이름들이 너무 어려워서 책의 반을 넘게 읽었는데도 캐릭터들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었다. 나는 실제로도 사람 얼굴이나 이름을 기억하는데 엄청 어려움을 겪는 편인데 글로 접하려니까 더 어려웠다. 그러고보니 내가 좋아하는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 같은 경우 이름은 매우 단순하게 또 캐릭터 하나는 이야기를 시작하면서부터 확실하게 잡고 들어가서 더 쉽고 재미있게 읽었는지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확실히 흥미로웠다.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 할 것 같은 두 인물이 어떤 식으로 만나게 될지 책이 뚫어져라 집중하게 되고, 책 속의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그들의 숨겨진 이면이 드러날지 신나서 읽게 되기는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직접 헤쳐나가는 리스베트 살란데르라는 캐릭터는 멋지다. 여성의 약한 면을 본인이 가진 여러 재능과 치밀한 준비를 통해서 극복하고 남자들을 찍어누르는 그녀의 매력에 왜 전세계의 여자들이 끌렸는지 알 수 있었다. 1권을 읽고나니 인물들에 대해서는 다 머릿속에 정리가 되었기 때문에 후딱 읽어버릴 수 있었고.

 

 재미있고, 시선을 제대로 잡아끌만한 이야기여서 다 읽어놓고 왜 취향이 아니라고 하냐하면 따뜻하지 않아서. 이렇게 말하면 한국형 코메디 영화처럼 마지막에 갑작스러운 눈물 질질짜는 감동스토리를 원하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그건 아니고. 이 세상에 믿을 수 없을 만큼 악한 사람들이 많고 이 세상 어느 구석엔가는 분명히 일어나고 있을 수 있는 끔찍한 일이기는 하지만 나는 나의 유희를 위해서 읽는 책에서 까지 그런 아프고 더러운 현실을 보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내가 너무 공감하고 책에 빠져들어서 읽는 편이라 그런지 그런 글을 읽다가 보면 마치 내가 뭔가를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미쳐버릴 것 같거든. 실제로 일어난 기사들에서는 눈을 돌리면 안되겠지만 픽션으로 까지 즐기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래서 재미는 분명히 있는 책이었지만 이미 차갑고 팍팍하고 끔찍한 구석이 많은 세상인지라 나는 책으로는 [39.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나[182. 종말의 바보] 같은 따뜻한 미스테리로 위안을 받고 싶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