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선 세종의 한글창제과정을 배경으로 한 ‘뿌리 깊은 나무’라는 역사드라마가 공전의 인기를 누렸다. 또한 가상의 왕을 소재로 한 ‘해를 품을 달’ 역시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두 드라마는 종전의 것과는 달리 남녀간의 로맨스에 치우치지 않고 왕의 심리묘사와 궁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왕의 국정수행에 간쟁을 통해 대의명분이라는 명목 하에 사사건건 반대와 시기를 일삼는 조정대신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조정대신들은 본질적으로는 자신의 무리들의 이익을 위함이지만 성리학적 대의명분을 앞세우며 임금을 휘두르는 것일까. 또한 그것이 가능한 이유가 무엇일까. 등 많은 의문은 커져만 갔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한마디로 조선의 선비의 실상에 대해 신랄하게 파헤치고 비판한다. 단순히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근거에 입각한 신뢰성 있는 비판이었다. 가령 중요한 선비덕목 중 하나이 청빈과 안빈낙도는 어마어마한 토지(전답)와 노동력(노비)을 가진 그들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생활 속에 그것이기에 본질적으로는 청빈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당대 최고의 선비로 평가하고 있는 이황, 황희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선비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차별 또한 만만치 않다. 서얼, 노비, 여성에 대한 철저한 차별 그 보다 더한 명분에 따른 차별은 실로 엄청나다. 지조와 의리, 공선후사, 극기복례 등 선비덕목과는 상치되는 이중적인 행태에 대해서도 저자는 직설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게다가 그들은 중화사상에 입각한 사대주의가 근본에 깔려있는지라, 조선의 왕이 아닌 명나라의 왕을 우선시하여 자주조선의 길은 멀리만 하였는지라 나라의 중대사에 있어 대의명분을 앞 세워 임금과 대립의 칼날을 세워 기득권을 유지하여 애썼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러한 부실한(?) 선비들이 지배엘리트계급으로 활약한 조선이라는 나라가 500년 동안 유지 되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선비의 무능함을 왕의 유능함으로 보완을 했다는 결과가 나오지만 고개가 갸웃할 따름이다. 이 부분에서 이 책에 대한 시사점을 선비의 실상을 근거와 문헌을 통해 낱낱이 파헤쳤지만, 조선이라는 나라가 수 백년 세월동안 유지 된 근간에는 소홀히 해 아쉬움이 남았다. 아마도 저자가 다음에는 이 주제로 책을 출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크게 본다면 이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