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뿐 아니라 직장인이 된 지금도 혼자만의 장기간 배낭여행을 동경하고 있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 중에 여행만큼 괜찮은 게 없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더욱이 혼자서 장기간 떠나는 여행 동안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느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기에 대학생인 저자가 스스로 호주에서 돈을 벌어 전 세계를 6개월 동안 여행하며 낯선 세계를 가슴에 품는 이 책은 너무나 많은 재미와 용기를 주었다.

    또한 나이와 상관없이 언젠가는 떠나리라는 알 수 없는 막연한 자신감을 내게 심어 주었다. 그러고 보면 떠나지 못했던 건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특히 선진국이 아닌 곳에서의 불안한 치안에 대해 걱정에 마음만 먹다가 그만두었기에 아쉬움이 크다

  

    그러면 지은이 지상철의 여행담을 간단하게 들여다보자.

    일찍이 아버님을 여의고 어머님, 여동생과 같이 살았기에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저자는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로 1년 동안 지내면서 세계여행을 가기위한 자금을 모은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남미, 호주, 동남아, 유럽, 북아프리카를 돌아다닌다. 잠자리는 호스텔과 노숙이 대부분이며, 배낭 2개를 메고 걷고 또 걷는 강행군을 시도한다. 그 와중에 남미에서는 소매치기를 당해 가진 돈을 모두 빼앗겨버리고, 다시 돈을 모으기 위해 호주에 입국하려 했으나 이민성에 갇혀 하마터면 한국으로 강제출국 당할 뻔한 사건, 그리고 호주에서 가장 힘들다는 배에서 어부 보조를 하다 죽을 뻔한 고통을 겪는 사건 등을 통해 그는 느끼고, 삼키고, 나아가며 삶의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단순한 해답을 찾아간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자신은 특별하지 않고 평범하다는 전제하에 세상과 부딪히며 힘차게 나아가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그는 특별한 사람으로 변해감을 느낄 수 있었다. 뭔가 배워야 한다. 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이 아닌 그냥 자신이 처한 상황과 그 곳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즐기면 그 속에 머무르면 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그는 체험을 통해 깨달아 간다.

   “아프니깐 청춘”이라는 어느 책의 제목처럼 저자는 끊임없이 걷고 세상과 부딪히며 그리고 힘들고 외로워하며 삶의 소중함을 알아간다. 그런 모습을 제3자 입장에서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과연 ‘나는 그럴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떠나지 않았다.

 

    페이지마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많이 올려놓았으나 본인은 없는 사진이 대부분이다. 여행지마다의 특이한 풍경과 특히 사람 사는 모습을 카메라에 많이 담아 두었다. 그런 사진들에 감성적인 글귀가 어우러져 마치 내가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간결한 필치와 스피디한 전개가 조화를 이루어 흥미진진함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단지 너무 빠른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어 약간의 허전함(?)이 들 정도이다.

   

   읽으면서 여행 중에 있는 그와 나를 동일시해서 그 상황에 빠져드는 감정을 자주 경험했다. 그 만큼 몰입이 잘 되어 그럴 것이다. 같이 아파하고 느끼며 그와 공감했다.

   다 잃고 나니 배낭을 싸고 싶다. 그리고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공항에 가서 끌리는 데로 티켓을 사고서 떠나고 싶다. 언젠가는 그렇게 하리라는 막연한 욕구가 생긴다. 삶은 한번 사는 것 아닌가. 현실의 조건은 호락호락 하지 않지만 꿈꾸면 되리라는 믿음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