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의 모양에서 위가 둥근 것은 하늘을 상징(天圓)하고 아래가 평평한 것은 땅을 상징(地方)한다고 한다. 가운데가 빈 것은 천지와 사방(六合)을 본받고 열두 개의 줄은 1년 12개월을 상징하였다.

 

가야금은 대가야연맹을 상징하는 악기였다. 가실왕이 악사 우륵을 왕경까지 불러내 가야금을 만들고 아울러 12곡을 작곡하게 한 것은 백제의 침입에 대비하여 대가야 세력을 결속하고자 한 목적이 있었다. 가실왕은 ‘제국의 방언이 서로 다른데 어찌 음악이 같을 수가 있느냐’고 하면서 악성 우륵에게 하나가 아닌 12개 지역에 해당하는 12곡을 짓게 하였다. 가실왕은 음악을 통하여 대가야의 정치적인 통합을 이루고자 했다. 국가 의례에서 각 지역과 관련된 악을 연주하는 것은 바로 그 지역에 대한 관념적인 지배의식의 표현이다. 고대 중국에서도 주변 제국들의 악을 연주하게 하거나 기예를 보이게 했는데 같은 맥락이다.

 

출처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5130

 

 

 

 

 출처 : http://dbplus.naver.com/dbplus.naver?where=gugaki&pkgid=201007130&query=%EA%B0%80%EC%95%BC%EA%B8%88&id=0000000492a3

 

 

 

  우륵은 본래 궐내 행사나 왕이 죽었을 때 연주를 해주고 춤을 추며 먹고 살아가는 가야의 악사였다. 그에게는 비화라는 처와 니문이라는 제자가 있었는데 훗날 비화는 뱀에 물려 죽고 니문은 끝까지 남아 우륵의 마지막을 지켜준다.

 

  어느날, 니문과 함께 개포의 선착장에서 우륵은 가야의 대장장이 야로가 신라에 몰래 병장기를 넘기는 것을 목격하지만 끝까지 이를 발설하지 않는다. 야로는 신라는 물론이고 백제에까지 병장기를 보냈는데 '쇠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라는 그의 신념 때문인지 아니면 먼 훗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야로의 이런 행동은 그의 목숨을 구하기는 커녕 훗날 그가 신라로 투항한다는 뜻을 밝혔을 때 신라장군 이사부에게 죽임을 당하는 기전이 되고만다.

 

  신라가 가야의 고을을 하나씩 무너뜨리자 우륵도 니문과 함께 가야를 버리고 적국으로 투항한다. 대장장이 야로와는 달리 우륵은 왕의 신임도 얻어 가야의 소리를 신라의 악사들에게 전수해주는 일까지 하게 되는데, 바로 멸망한 가야 12고을의 소리가 신라에 울려퍼지는 순간이었다. 곧 우륵은 나이가 들어 죽고, 니문은 순장된 아라의 무덤 옆에 앉아 구슬피 금을 뜯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이 책 '현의 노래'는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나왔는데 그 당시에는 학교공부만으로도 벅차서 읽을 엄두도 안 났었다. 그러다 얼마전 흑산을 읽으며 이 책이 생각났고 이제야 읽게 된 것인데 역시 김훈다운 문체와 단어선택이 마음에 든다. 가야금의 소리의 묘사, 강물에 햇빛이 반사되서 반짝거리는 모습,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고 바람에 흔들려 부서지는 모습까지 김훈이 쓰면 모두 시가 되는 것 같다. 어쩜 그렇게 묘사를 잘 하는지 난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문장은 만들어내지 못할것 같은데, 나이도 지긋한 할아버지같은 작가가 어떻게 이런 묘사를 할 수 있는지 읽으면 읽을수록 놀랍기만하다.

 

  우륵의 투항은 정말 의외였다. 이와 같은 성격의 소유자라면 비굴하게 항복하는 게 아니라 당당히 칼을 받았어야 할텐데.. 자신이 신라인이 됨으로인해 멸망한 가야의 소리를 계승할 수 있다면 기꺼이 이런 오명 쯤은 감수할 수 있다는 그의 혜안이었을까? 덕분에 가야의 금은 신라의 궐 안에서 울릴 수 있었지만 우륵은 죽어서도 가야의 소리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우륵의 연주를 라이브로 들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오히려 글로 들었기 때문에 이처럼 깊은 여운이 남고 더 감동이 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