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튜링에 대하여.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 영감을 불어넣은 단 한 권의 소설이라는 띠지의 문구가 눈길을 사로 잡았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인 앨런 튜링이라는 인물이 너무나 궁금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의 암호 에그니마를 풀어 연합군의 승이를 이끌었고, 최초로 현대 컴퓨터를 착안한 것도 현재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앨런 튜링이다. 역사적으로 이렇게 수많은 업적임에도 우리는 지금까지 그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다.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에도 책 소개 글을 읽지 못했다면 앨런 튜링이 누군지 몰랐을 것이다. 많은 업적을 쌓고도 한 순간에 그의 존재를 지운 실체와 그가 당시 많은 사람들이 혐오하는 동성애자였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처럼 빛나고 놀라운 한 사람의 업적이 그의 일생에서 남자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로 그의 업적은 빛이 바래졌고 그가 살았던 시간들도 모조리 지워져버리는 운명을 맞이했다.

너무나 기가막힌 그의 인생이 마치 한 편의 영화같아서 믿기지가 않았다.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은 그의 전기를 토대로 실제 그가 살았던 시간을 다시 재현하는 것과 동시에 그의 죽음의 궁금증을 세밀하게 파고 들면서 우리에게 서서히 잊혀졌던 앨런 튜링의 본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실제 존재했던 인물을 그린 책이라 어떤 것이 진실이고 허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통해 그를 알아간다는 기쁨이 컸던 책이었다. 

책은 한 남자의 죽음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진실이 사실은 누군가가 이미 이룩해 놓은 일이고 그것을 눈엣가시로 여긴 사람들이 그를 억압하고 위협함으로서 한 천재를 세상 밖으로 멀리 떨어뜨린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 역사를 바꾼 세 개의 사과에 이어 그가 베어먹은 사과의 비밀이 밝혀지고 우리는 그동안 잊혀졌던, 혹은 그의 존재 조차도 몰랐던 사람들이 그를 다시 재조명 하면서 그의 업적을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다만 아쉬웠던 점은 앨런 튜링의 이야기라 너무 기대를 했던 것인지 이야기를 끌어가는 재미가 약했다. 존재했던 사람을 두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작가에게도 부담이 되지 않았을까. 그를 알아가는 것도, 이야기도 잡을 수 없었지만 그의 죽음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한 영웅이 부활했다는 것을 좋은 신호로 여기며 앞으로 앨런 튜링이라는 인물을 소재로 많은 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