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을 만날 수 있는 시간.

 예전에는 도시의 생활을 즐겁게 즐겼던 것 같다. 집 가까이에는 항상 슈퍼마켓, 미용실, 정육점, 서점, 빵집등 늘 10여분 걸어가면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살 수 있어서 도시생활이 좋았다. 어렸을 때 외갓집을 가면 과자를 하나 하려고 해도 걸어서 30분 이상 가다보니 차를 타지 않으면 도무지 아무 것도 살 수 없어 불편했다. 어린 마음에 도시의 편리함이 좋아서 늘 대도시의 생활을 좋다고 생각했는데 시가이 지나면서 도시는 점점 인공화되고, 시골은 점점 도시화 되어 산, 바다, 나무의 냄새를 맡기가 힘들어졌다. 인구가 많다 보니 도시의 집들은 점점 닭장 처럼 붙어있고, 나무 한그루 심어져 있는 집이 흔하지 않다보니 어느새 도시의 냄새는 아스팔트의 매캐한 냄새와 뿌연 하늘만이 뒤덮고 있다. 시골 또한 점점 농경지를 매꿔 도로가 생겨나고, 에너지가 늘 충족될 수 있도록 가스 회사가 생겼다.

매년 갈 때마다 외갓집 가는 길은 더 가까워지고 있지만 풍경은 어렸을 때 보았던 풍경이 아니다. 나무도 논도 밭도, 바다도 이제는 점점 더 면적이 좁아지고 있고 내 마음도 이내 서서히 고즈넉한 풍경의 모습을 떠올리다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 이제 어디서 공기좋고, 포근하고 싱그러운 자연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도시와 작은 시골 마을 조차도 그렇게 얼굴이 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행을 계획할 때 조차도 대도시를 선호하지 않고 소도시 여행을 하거나 자연 경관이 그대로 있는 곳을 선호하게 되었다.

도시의 크고 반짝이는 인공적인 건축물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 낸 공간을 사랑하다 보니 자연스레 미국의 국립공원들이 눈에 들어왔고, 오래 전부터 그들이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정부에서 관리하는 덕분에 미국의 대자연을 있는 그대로 만나 볼 수 있다. 이 책은 미국의 국립공원 20곳을 소개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내가 가장 가고 싶어하는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과 국립공원의 시작을 열었던 옐로스톤 국립공원, 요세미티 국립공원, 그랜드 티턴등 굵직한 국립공원들을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사막과 협곡을 볼 수 있는 자이언 국립공원과 브라이스 캐니언, 아치스 국립공원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네번째 장에서는 이미 그곳에 살고 있었던 아메리카 원주민의 거처인 하와이와 알래스카 국립공원을 다루고 있어서 보다 다채롭게 미국의 국립공원들을 살펴 볼 수 있었다. 국립공원 이용 방법부터 정도, 체험 프로그램, 숙소등 다양한 여행 정보가 들어 있어서 가기 전에 미리 살펴보고 신청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워낙 자연경관이 넓게 펼쳐지다 보니 생각한 것 이상으로 광활하고 한 폭의 그림처럼 되어 있는 모습들이 하나 같이 다 장관이다. 영화나 책을 통해 느꼈던 모습들을 실제 볼 수 있다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 것 같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국립공원을 제정한 시기는16대 대통령이었던 에으비러햄 링컨이 요세미티 공원을 캘리포니아 주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요세미티 보호법을 통과 시킴으로서 먼저 그 발판을 만들어냈다.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주 정부가 앞장서서 자연을 관리하는 법을 만들어냈다고 하니 그 어떤 미국의 발명품 보다 한 발 앞선 그들의 혜안이 놀라웠다. 그렇기에 그들은 평생 대자연을 잃지 않고 오랫동안 그들의 품에 놓고 살아갈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해마다 관광객들이 미국의 국립공원을 찾는 횟수가 자국의 인구 보다 많다고 하니 1석 2조로 그들은 풍족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나무 한 점 보기 힘들고, 탁 트인 강과 바다를 만나 볼 수 있는 곳. 그 어떤 풍광보다 자연이 만들어낸 매력을 도저히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자연이 만들어낸 공간은 너무나 근사하고 아름다웠다. 우리나라도 이제 더 이상 개발만 하지 말고 자연공간을 더 늘리고 구축해서 금수강산의 아름다움을 뽐냈던 그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