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7명의 문장가들을 만나다.

​ 요즘 계속해서 어떻게 하면 좋은 문장을 보고 쓸 수 있는지, 좋은 책을 어떻게 하면 나만의 독법을 통해 읽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한 권을 책을 똑바로 읽고 쓰는 법을 알고 싶어서 읽게 된 책 중 하나가 바로 안대회 교수의 <문장의 품격>이다. 저번 달에 읽었던 <글쓰기 동서대전>과 맞닿아 있지만 <문장의 품격>은 조선시대의 문장가 7명을 한정적으로 그려넣었다. 사실, 이 책은 <조선의 명문장가들>이라는 책을 바탕으로 새롭게 엮은 책으로, 많은 문장가들 가운데 가장 정수 중의 정수만을 꼽았다고 선생은 이야기 하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허균, 이용휴,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이옥, 정약용은 이미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학자이자 문인이고, 중앙에서 정치를 해왔던 사람들이다.

허균은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문인인 뿐만 아니라 최초의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을 쓴 저자이자 시인, 산문가로서 이름을 드높였던 인물이다. 그러나 <홍길동전>에서 나오는 것처럼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그의 사상 때문에 많은 탄핵을 받았고 그는 시대와 불화하여 결국 왕조를 반역한 죄로 처형당했다. 그러나 그가 쓴 소설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읽히고 있고 그가 쓴 산문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색채로 쓰였다. 당시 유행하는 글이 아니라 자신이 그리고 있는 방식대로 밀고나간 그의 완고한 고집이 그의 글을 오랫동안 읽고, 읽힐 수 있도록 유지시켜 왔다. 허균의 누이인 허난설헌 역시 하나같이 명문을 만들어 냈을 정도로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었으나 시대의 불운으로 그들의 글을 더 많이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이용휴는 18세기를 대표하는 문인이다. <문장의 품격>에서 소개하는 문장가 중에서 가장 낯설게 느껴졌지만 정조 시대의 저명한 학자 이가환의 아비이며, 성호 이익의 조카인 그는 평생 벼슬을 하지 않고 전업 작가로서 한평생을 보냈다. 그의 문체나 주제, 길이, 소재, 어휘등 그 무엇하나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남들과 같은 길을 갔던 이들이 소리소문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과 달리 그는 당대의 문장가로서 이름을 높였고, 실험적인 시와 산문을 많이 창작했다고 나와 있다.

박지원, 이덕무, 이옥, 정약용에 대해서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자 그들이 쓴 저작들이 지금까지도 우리의 손길과 눈길을 많이 받고 있는 문장가들이다. 특히 박지원, 이덕무, 정약용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학자이기도 하다. 조선 왕조 중 가장 좋아하는 왕을 꼽으라면 세 손가락에 드는 정조대왕과 그를 보좌한 사람들을 모두 애정 할 정도로 그 시기에 활약을 해 온 인물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한 명, 한 명 그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이 소품처럼 써내려간 시와 산문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어 그들이 살았던 삶의 생생한 모습을 글을 통해 자유롭게 나타낸다.

파워블로거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 7명의 문장가들을 우리식으로 그렇게 부르고 싶지 않다. 자신만의 색채를 통해 써내려간 정갈한 글들이 그들의 삶을 대변하고, 감정과 시대와, 생각들이 모여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드러낸다. 특히 책벌레로 유명한 학자 이덕무가 18살 때 서쪽 문설주에 써놓은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그 문장이 좌우명이 되고 평생 자신의 목표가 된 문장들이라고 하니 여러번 다시 되새겨 읽었을 만큼 좋은 향기가 나는 글이다.

서쪽 문설주에 쓰다

종일토록 망령된 말을 하지 말고

종신토록 망령된 생각을 하지 말자!

남들은 대장부라고 안 해도

나는 그를 대장부라고 하리라!

마음에 조바심과 망령됨을 갖지 말자!

오래 지나면 꽃이 피리라.

입에 비루하고 속된 것을 올리지 말자!

오래 지나면 향기가 피어 나리라! - p.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