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링북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처으에는 꽃과 나무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들이 즐비했다면 이제는 점점 생활과 밀접한 스케치가 그려진 책들이 컬러링북으로 등장한다. 꽃도 칠해보고 음식도 칠해 보았는데 이제는 눈길과 손길 닿는 곳 뿐만 아니라 발길이 닿아야 볼 수 있는 여행지에 다달았다. 특히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유럽을 칠하는 컬러링북이라니! 유럽 건축물의 위용이 대단하듯 꽃과 나무를 칠하는 것과 우리가 먹고 즐기는 음식을 칠하는 것과 달리 유럽의 건축물은 칠하기가 너무 까다롭다. 있는 그대로를 칠하자니 너무 재미가 없어 보이고, 내 색깔대로 칠하자니 진짜 같지 않은 어색함이 맴돌아서 여러번 고민하며 칠했던 것 같다.

 

이탈리아,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베네룩스,스위스, 오스트리아, 동유럽, 북유럽, 터키, 그리스에 이르기까지 내가 사랑한 유럽의 풍광을 열개씩 뽑아 스케치 해 놓았다. 발걸음이 닿은 곳은 그리 생소하지 않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해서는 목차에 올려진 사진을 참고하면서 색칠하면 더 사실적인 유럽의 모습을 채색할 수 있다. 나의 상상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건축물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어 작은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칠했다. 때로는 색연필의 색이 사진에 찍혀진 색감을 표현하지 못해 칠하고 싶은 색을 대체하여 칠했지만 다른 컬러링북 보다 난이도가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채화색연필이기에 될 수 있으면 이번에는 진한 색을 연출할 수 있는 싸인펜을 사용하지 않고 100% 수채화 색연필만을 이용해서 그렸다. 사실 사진을 찍을 때는 진한 싸인펜이 훨씬 더 예쁘고 선명한 색을 나타내지만 싸인펜을 사용하면 뒷장에 싸인펜의 흔적이 묻어나 다음장을 칠할 때 예뻐보이지 않아 색연필만 사용하다보니 색감이 연해졌다. 건축물의 명암이나 입체감을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스케치에 그려진 대로 굵은 선들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어 굳이 색연필을 써서 명암을 드러내지 않아도 예쁘게 칠할 수 있다.

 

<내가 사랑한 유럽 컬러링북>은 스케치북 처럼 판형이 커서 시원시원하게 색을 칠할 수 있었고, 발걸음이 닿았던 곳에 대해서는 색을 칠하면서 그 나라에 방문했던 생각이 언뜻 언뜻 떠올랐다.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해서는 언젠가 꼭 발걸음이 닿기를 기원하며 즐겁게 조금씩 색을 입혔다. 하루에 한 건축물을 다 칠할 수 없어서 하루에 조금씩 칠하고 칠해서 색이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거나 색을 칠했음에도 표시가 나지 않는 부분은 수정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여행을 하듯 하나씩 색을 더하다보니 너무나 멋진 건축물이 완성되어 뿌듯했다. 유럽의 보석 같은 여행지를 곳곳을 둘러보며 완성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색을 입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