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자들을 위한 드라마.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는 김경주 시인의 시극이다. 한 때는 드라마를 보는 것 뿐만 아니라 대본을 읽는 것도 좋아해서 좋아하는 드라마의 대본도 찾아 읽었던 적이 있었다. 때로는 대본이 책으로 나와서 노희경 작가의 <굿바이 솔로>(2011, 북로그컴퍼니)룰 읽은 적이 있었지만 시극은 처음이다. 김경주 시인의 시극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는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에 나오는 대사 중 한 부분을 붙인 제목이라고 한다.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기존에 접한 책들이 무용지물인듯 그의 언어를 읽어내려가는 어렵다. 처음 만났던 밀어가 그랬듯 그의 시극인 이 책 또한 눈처럼 아름답고 신비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갓 잡아 놓은 생선이 애처로이 누군가의 부엌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내리칠 것 같은 아슬아슬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시인들의 언어를 모두 알아갈 수 없는 것처럼 그가 내밀하게 써 놓은 이 시극 또한 무한한 상상력으로 김씨와 파출소 직원의 이야기가 도란도란 들려온다.

빼곡히 페이지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그의 언어에 감탄하면서도 그의 언어로 마주하는 이야기는 아프게 느껴진다. 문체가 주는 신비함과 아릿함 사이를 오가며 어딘가 모르게 찌릿하게 아파온다. 이 것이 진짜 그의 언어를 진정으로 느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잔잔한 고요 속에서 어딘가 퐁당 돌을 던지는 것 같은 파문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더불어 그의 책 제목을 말미암아 책을 펼치기 어려울 정도로 두려움이 배가 된 책이기도 했다. 이처럼 실험적이고 다양한 작품을 통해 독자를 만나는 그의 왕성한 활동이 앞으로 그가 어떤 언어와 매체를 통해 다가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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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저 눈은 다 고요가 된다

깊고 아득한 것들로 돌아가기 위해서

김 씨/ 내일은 힘들어도 사람들과 눈을 꼭 마주쳐야겠다, 다짐했어요. - p.29

전 금방 얼 거예요.

얼어서 눈동자가 제일 먼저 깨질 거예요.

깨진 눈동자가 유리알처럼 바닥으로 굴러떨어지겠죠. - p.38

° 물결이 잔잔하게 흔들린다.

물소리에 섞이는 고요한 바람 소리.

김 씨 / (창문을 보며) 물속에서 종소리가 나는 것 같아요.

파출소 직원 / (담배를 꺼내 물며) 물고기들의 울음소리야.

° 파출소 직원, 난로에 손을 쬐다가 김 씨 옆으로 다가온다.

김 씨 / 그걸 어떻게 아시죠? 물고기들 입안에 종이 들어 있나요?

파출소 직원 / 겨울엔 자주 들려와. 혼자 새벽에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곤 해. 눈이 내리면 물고기들은 바닥에 가라앉아 입안의 종을 흔든다고 하더군. - p.4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