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빨간머리앤이 탄생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옛 노래의 제목처럼 아니~벌써!!!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 곁에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앤이다. 유명한 위인이나 오래된 책을 숫자로 기념하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뜻이 깊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오래전에 만화 빨간머리앤을 접했지만 세월이 흘러 선명함 보다는 흐릿함이 많이 남아 있었다. 올해 들어 100주년 기념으로 빨간머리앤이 여러 출판사를 통해 나오기 시작했고 나 또한 그 기념하는 해인 올해에 더욱더 앤에 열광하게 되었다.

잊혀진 친구를 기억하듯 발견의 기쁨을 발견하는 나같은 이가 있다면 앤을 너무 좋아하여 기념하는 해에 나오는 책들을 모두 모으는 매니아적인 팬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숫자로 앤을 기념하는 일은 상징적이면서도 우리에게 오랫동안 함깨 해온 사랑스런 앤을 다시 한번 추억하는 일인 것이다.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이 책은  루시 M. 몽고메리가 쓴 책이 아니라 앤이 태어난지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캐나다 앤 협회와 정부가 선정한 기념작이다. 명성과 함께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책으로는 비비안리와 클라크 케이블이  주연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예를 들수 있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책과 영화가 무척이나 사랑을 받았다. 그로 인해 책의 후속작인 <스칼렛>, 올해 출간한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이 나왔다. 앞으로도 계속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앤 만큼이나 바람과 사라지다의 여운도 만만치 않다. 여운이 가시지 않기에 더욱더 앞의 이야기. 뒷 이야기를 만들어 내곤 한다.

빨강머리앤이 어렸을 적에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출발한 케이스다. 마치 <스칼렛>과 같이 말이다. 빨강머리앤이 매슈 아저씨를 기차길에서 만나기 전에는 어떤 일을 겪었을까 하는 상상은 한번 쯤 해봤을 것이다. 당연히 앤이 고아이기에 호화스럽게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 역시도 빨강머리앤이 다복하고 행복했던 순간이 고작 태어난지 3개월 밖에 안되었다고 알려 주고 있다. 빨간머리로 인해 사람들에게 선택을 받을 수 없고 이리저리 치이던 앤.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여러사람과 교류하는 앤의 모습.

앤의 희망적이고, 수다스러운 모습....그건 우리가 루시 M. 몽고메리가 쓴 빨강머리앤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궂이 빨강머리앤이 어렸을 적에를 통해 빨강머리앤의 모습을...마치 재방송하는 것처럼 보여주는 것은 참신함의 이야기가 아니라 식상함의 이야기를 가져다 주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앤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무척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늘 영화를 볼때 아이의 부모가 안타깝게 죽고 그 아이가 이리저리 헤메고 힘들이는 모습은 너무 익숙하게 보여준 모습이었다. 앤이 어릴때 부터 부모의 성정을 이어받아 활기차고 희망어린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어릴때의 그런 모습 보다 점차 그런 아이로 성장 할 수 있는 모습을 그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중간중간 읽으면서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내가 빨강머리앤이 어렸을 적에를 더욱더 깊이 몰입할 수 없는 방해의 이유였다.

앤이 어렵게 성장했고 기차역에서 매슈 아저씨를 만나게 된 건 앤의 인생에서 큰 행복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앤이 초록색 지붕아래에서 살게 되고 그 속에서 다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음은 매슈 아저씨와 마릴라 아주머니 덕분이다. 두 책을 보면서 더욱더 빨간머리앤 전집을 사고 싶다는 욕망이 커졌다. 100주년 기념은 내가 앤을 다시 만나게 되는 기쁨이 되는 해이자, 앤에게 열광하는 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앤과의 조우는 너무 반갑다. 올해가 가기 전에 앤이 성장하고 길버트와 함께하는 나날이 든 몽고메리의 여사가 쓴 필치로 다시금 느껴보고 싶다.

아쉬움은 많았지만 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즐겁고 행복했다. 100주년이 아닌 몇 백 주년이 되어도 우리 가슴속에 늘 앤이 가슴 한 켠에는 남아 있을 것이다. 앤~! 다시 만나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