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피카소의 대표작으로 전쟁의 참상을 그린 <게르니카>와 <아비뇽의 처녀들>은 그의 이름만큼이나 유명하다. 20세기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이자 살아생전 부와 명예를 가진 화가. 아흔 두살의 생애동안 그의 작품에 있어서 '여자'들을 그에게 없어서는 안될 영감을 주는 존재였다. 그의 연인들이 바뀔 때마다 점점 더 그의 작품 세계가 더 견고해지고 단단해졌다. 책이나 브라운관을 통해 그의 대표적인 작품에 대해 배우기는 했지만 그에 대해서는 깊이 들여다 볼 기회가 없었다. 대표적인 대명사로서 그의 이름을 접했을 뿐 그의 생애를 통해 깊이 알아 볼 생각조차 없었던 것 같다. 변명같지만 현대미술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한 거장의 생애마저도 깊이 알아보지 못했다는 자각이 들었다.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 까다께스, 바르셀로나, 시쩨로 여정을 떠났다. 피카소는 한 때 친구의 자살로 충격을 받아 4년간 '청색시대'로 모든 그림을 모두 청색으로 그린 시절이 있었다. 그가 보는 세상이 모두 청색으로 말미암아 세상의 모든 색깔을 담았다고 그는 말했다. 그 시대의 피카소의 발자취를 따라 저자는 그의 작품과 그 시대의 피카소가 살았을 때를 회상하며 발걸음을 디뎠다.

 

영혼의 근원으로 돌아와 다시 자신을 가다듬고 싶어하는 자들에게 까다께스는 맑은 샘 같은 곳이었다.  - p.14

 

미술을 전공한 그에게 피카소의 발자취는 한 사람의 생애에 대한 교감이자 그가 그리고자 한 작품의 교감일 것이다. 그의 그림을 깊게 이해하지 못한 나에게는 그 부분이 다소 아쉽게 느껴졌지만 피카소가 꿈꾸고 생활했던 무대를 보면서 그가 살았던 모습들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좋아하는 누군가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을 떠나는 것 만으로 이 여행은 무척 행복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통해 충전을 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동경하고, 꿈꾸었던 한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 여정을 함께하는 것도 피카소의 생애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동시에 피카소가 얻었던 그 무엇을 저자도 얻지 않았을까.

 

화려하고 부유했던 시절이 아닌 저자가 청색시대의 피카소를 찾아 떠난 이유를 알 것 같다. 그에게 친구의 죽음은 많은 영향을 주었고 우울함의 색깔이었던 청색을 통해 그는 근원적인 음울함과 고통, 지독한 삶의 나날들을 지내왔다. 앙상하고 황량한 삶들은 그에게 좌절과 고통을 주었지만 후에 그는 그 시기를 발돋움하여 더 크게 비상했다. 피카소마저도 그런 시기가 있었듯이 그런 시기에 피카소는 어떻게 그런 시기를 잘 이겨나갔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고 한다. 나 역시 그 유명한 피카소 마저도 그렇게 암울하고 힘들었던 시기가 있는 줄 몰랐다. 한 사람에게 오는 위기, 그것을 어떻게 현명하게 극복해 나가는 것인지 궁금했다.

 

여행을 통해 그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여행을 통해, 수 많은 발걸음을 통해 한 사람이 걸었던 그 무거운 발걸음의 무게를 알았을 것이다. 때로는 구석구석 그의 발자취를 따라서 때로는 그의 깊은 사색이 그 방법을 말해주지 않았을까. 나도 저자를 따라 누군가를 생각하며 그가 머물렀던 곳들을 돌아보며, 나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