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시선을 통해 그림을 보다.

 

 요즘 평범한 일상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가지고 다니던 MP3에 노래만 듣는데 이어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노래를 들을 때보다 건전지가 덜 소모되는 것 같아 듣기 되었는데 듣다보니 일상의 깨알같은 즐거움으로 자꾸 라디오 주파수를 돌리며 그 시간대만 대면 DJ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된다. 하루하루를 비슷한 색깔로 보내곤 했는데 라디오를 들으면서 오늘은 무슨 날이구나, 아! 맞아, 그날 이었구나. 하는 달의 기념일도 챙기게 되고, 날씨의 화창함이나 흐린 날씨에 빗대어 사람들의 사연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때로는 웃음을 지으며 출퇴근 길이 가볍게 하고 있다.

 

무슨 일이든 '시선'에 따라 달라지듯이 저자 이주향의 글은 왈츠를 추는 것처럼 부드럽고 우아하다. 마치 '저와 함께 춤을 추시겠어요?' 하며 신사가 고개를 숙이며 여인에게 다가오는 것처럼 정중하면서도 올곳게 다가온다. 이전에 읽었던 <사랑이, 내게로 왔다>(2008, 시작)가 문학작품 중에서도 가장 매혹적인 명작과의 산책이었다면 <그림 너머 그대에게>는 명화를 통해 바라보는 섬세한 위로의 손길이다.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른 손길이 느껴진다. 이전의 작품이 반짝이는 명작과의 발걸음이었다면 이번엔 그림을 통해 섬세하게 어루만지는 손길로서 그림을 바라본다.

 

문외한인것처럼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휙- 하고 지나가는 것보다 혹은, 날카롭게 하나하나 분석하며 작품을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더 공을 들이며 그림과 교감하고 있다. 저자의 시선으로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나를 뒤돌아보게 되고, 이전의 상처들에 대해 위로를 받곤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익숙한 화가들 이를테면 고갱, 샤갈, 고흐, 렘브란트, 세잔 등 많은 화가들의 이름과 그림만 보아도 알 수 있는 그림 뿐만 아니라 이미 알고있지만 상대적으로 접하지 못했던 그림까지도 접할 수 있어서 개인적 그림의 선택이 마음에 들었다.

 

대중적인 그림은 이미 알고 있지만 철학적으로, 신화적으로, 혹은 다양한 시선으로 풀어주는 저자의 섬세함이 좋았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그림에 대해서는 화가의 비화라던가, 화가의 개인사에 대해 더 궁금증을 야기시켰다. 다방면으로 다양한 시선으로 그림을 볼 수 있는 '따스한'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컸던 책이었다. 섬세한 손길 속에서도 페이지가 굉장히 잘 넘어가 잠을 자기 이전에 늘, 책을 옆에 두고 몇 페이지씩 책을 읽고 잤다.

 

요즘은 무더운 여름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일 때문에 곧 잘 성질을 부리거나 신경에 날이서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생겼다. 그늘에 부는 시원한 바람처럼 신경을 곤두세우며 날을 바짝 갈지말고 그림을 보는 것처럼 한발짝 떨어져서 나 사진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