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아포리즘 철학과의 만남.

 

 책을 읽다보면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넓게 그것을 바라보고 싶은데 역량조차 되지 않을 때 큰 아쉬움이 느껴진다. 특히 인문학 중에서도 '철학'이 그 대표적인 예다. 교양으로 철학 수업을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반의 반도 이해를 못했다. 그 수업을 필두로 '철학'이라는 소리만 나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기억이 난다. 중고등학교 때 수업으로 그들의 아포리즘을 배웠지만 철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수업인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조중걸 교수의 <아포리즘 철학>을 읽으면서도 역시 철학은 어렵구나, 것도 아주 많이. 그럼에도 자주 접하고 싶은 이유는 책을 읽는데 있어서 좀 더 깊이, 넓게 바라보고 싶다는 소망이 크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모자란 철학이 쑥쑥 쌓이는 것은 아니지만 아예 등을 돌리고 있는 것 보다는 한발짝씩 걸음을 걷다보면 그 목적지에 언젠가는 닫지 않을까.

 

<아포리즘 철학>은 부제로 쓰인 것처럼 '간결하고 매혹적인 철학에의 탐구'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간결하고 단정한. 그들이 이야기한 철학을 간결하게 보여줌에 있어서 가장 정확하고 그들을 대표하는 사상이기도 하다. 특히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카르트의 아포리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정말 표어처럼 외웠던 아포리즘이라 철학하면 절로 그가 떠오른다.

 

파르메니데스에서 부터 헤라클레이토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프로타고라스, 트라시마코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 안셀무스, 토마스 아퀴나스, 윌리엄 오컴, 니콜라우스 쿠자누스, 프랜스시스 베이컨, 마키아벨리, 데카르트, 스피노자, 파스칼, 몽테뉴, 칼뱅, 루소, 로크, 버클리, 데이비드 흄, 칸트, 버크, 쇼펜하우어, 니체, 베르그송, 마르크스, 소쉬르, 비티겐슈타인, 키르케고르, 사르트르, 카뮈, 레비스트로스, 데리다, 푸코, 보르리야르, 롤랑바트르까지 그들의 철학이 간결하게 담겨져 있다.

 

철학에 능한 이에게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익숙한 철학자들의 이름이 많이 보인다. 좋아하지 않아도 시험문제에 나왔던 이들이니 어쩌면 '애정'보다는 '애증'에 가깝겠지만 말이다. 아포리즘의 사전적 의미와 같이 이 책은 간결하고, 간략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단숨에 읽을 책은 아니다. 오히려 목차를 보며 그들이 말하는 논조에 대해 조용히 음미하며 그들의 사고방식과 수많은 생각과 실험에 걸쳐 그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에 천천히 읽을 필요가 있다. 거북이 걸음 걸어가듯 천천히 음미하고 하나 둘씩 읽어보는 습관을 들인다면 단숨에 읽어 그들의 이야기에 갸우뚱 거리기 보다는 단 한 사람의 철학에라도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독서가 더 철학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