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감성이 묻어나는 미스터리. 

 

 피터 러브시의 <다이아몬드 원맨쇼>를 읽으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피터 다이아몬드와의 만남은 퇴근길에 이리저리 사람들과의 부대낌을 잊을 정도로 그의 따스한 마음과 큭큭거리게 되는 유머까지 삼박자를 이룰만큼 마음을 간지럽혔다. 옛날 명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덩키가 크고 배가 뽈록 나온 외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어떤 수사관보다 명민하고, 냉철한, 그러면서도 동시에 인간미가 팍팍 느껴지는 모습이 그를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늘 그렇지만 그의 천직인 수사관의 모습이 가장 멋지다.

 

늘 이야기했지만 몇 년전만해도 장르소설을 읽지 않았을 때는 미스테리 소설은 다 피가 낭자하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소설로만 느껴졌었다. 공포영화를 보는 것처럼 읽는 것만으로도 상상이 될 것 같아 일부러 피하고만 있었는데 그때 왜 피터 러브시 같은 작가를 못 만나봤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만큼 디테일하면서도 따듯한 감성이 묻어난다. 그래서 더 이 책에 시선이 간다. 요즘은 뉴스나 신문, 인터넷을 보면 자극적인 문구, 화면들 일색이라 '강한'것에 익숙해져서 더 자극적인 것에도 무뎌지는 것 같다. 점점 더 강도가 높다보니 웬만한 것은 놀라지도 않는 뉴스들을 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더 팍팍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사람들의 옷차림도 보기민망할 정도로 짧아지니 같은 여자 입장에서도 어디다 시선을 두지 못할 정도로 적나라했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더 건전하고, 보수적인 시선으로 책을 읽곤 했는데 그런 이유에서 피터 러브시의 책은 라디오를 듣고있는 것처럼 푸근하고 정감있게 다가온다. 일을 하지 않을 때에는 '사고뭉치' 다이아몬드씨지만 탐정일에는 그 어떤 수사관보다 더 핵심을 찌르는 모습에 더 반하게 만든다.

 

피터 러브시가 만들어내는 피터 다이아몬드의 캐릭터만큼이나 중간중간 나오는 유머는 사건의 큰 줄기아래 깨알같은 재미를 더해주는 것이 이 책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그가 갖고 있는 사회적인 시각과 나오미가 앓고 있는 자폐증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그냥 재미로만 읽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저자인 피터 러브시의 진지함을 접할 수 있었다.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두번째인 <다이아몬드 원맨쇼>는 첫번째 이야기인 <마지막 형사>(2011, 시공사)를 접하지 않아도 다이아몬드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시리즈인만큼 첫번째 작품을 읽은 것도 좋지만.

 

몇 주전 힐링캠프에서 박진영이 자신이 아날로그와 디지털 경계에서 태어난 것이 좋다고 했듯이 이 작품은 그 두가지 경계선 중 아날로그에 가깝다. 자극적이지도, 선정적이지도 않지만 다이아몬드씨의 매력에 빠져 덜컹거리는 차안에서도 속도감있게 읽는 그의 사건을 파헤쳐가는 시간은 그 어떤 시간보다 더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 나올 <소환>과 <블러드하운드>에 대한 기대가 크다.